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중국의 삼성’ 화웨이(華爲). 화웨이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17'에서 세계 최초의 모바일 인공지능(AI) 칩셋 '기린 970'을 공개하며 또 다시 이목을 끌었다. 이미지 인식과 음성 비서 등 AI 기능에 특화된 모바일 칩셋을 만든 것은 전 세계에서 화웨이가 처음이었다. 화웨이에 따르면 기린 970은 세계 스마트폰용 칩셋 중 최초로 AI에 필요한 신경망 연산 전용 프로세서인 NPU(Neural Network Processing Unit)가 적용됐다.
사실 화웨이의 기린 970를 개발한 주역은 따로 있다. 다름아닌 이제 설립된 지 1년여 밖에 안된 중국의 한 신생 스타트업이다. 이름은 캠브리콘 테크놀로지로, 약 5억4000만년 전 수많은 생물이 탄생한 캠브리아기 대폭발에서 따온 이름이다. 중국어로는 한우지(寒武紀·한무기)과기로 불린다.
캠브리콘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자체 개발한 AI칩을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무인기 등 스마트 단말기와 클라우드 제품에 장착하는 등 상용화, 시장화를 추진하는 데 활용할 전망이다.
캠브리콘은 중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립 자연과학연구소인 중국과학원 출신 연구원인 천톈스(陳天石), 천윈지(陳雲霽) 형제가 지난해 3월 베이징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둘 다 1980년대 태어난 바링허우(八零後)로, 컴퓨터 박사 출신의 수재다. 창업하자마자 지난 해 4, 8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과학원, 커다쉰페이(科大訊飛)등으로부터 수천만 위안의 엔젤투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캠브리콘은 지난해 ‘캠브리콘 1A’ 칩을 발표, 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무인기, 웨어러블 설비 등에 장착 가능한 딥러닝과 신경망 전용 칩을 상용화해 주목 받았다. 캠브리콘에 따르면 칩은 초당 160억개의 가상 뇌세포를 움직일 수 있고, 신경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2조개의 시냅스를 가동할 수 있다. 이는 그래픽 처리를 위한 고성능 처리장치인 GPU(graphic processing unit) 성능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중국 세계 최초 AI칩 유니콘 기업 탄생은 중국 정부가 AI 산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준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해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AI 발전 중장기계획을 마련했다.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자국 인공지능(AI) 핵심 산업규모를 1조 위안(165조원)까지 키우고 전 세계 AI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로써 업계는 중국 IT기업들의 AI 사업 투자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내 공개된 AI 사업 투자는 200건이 넘으며, 관련 투자액이 200억 위안(약 3조3000억원)이 넘는다. 올해는 500억 위안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