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시장 회복 조짐… 中 인수합병으로 '기지개'

2017-09-14 18:00
  • 글자크기 설정

중국의 최대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중국원양해운집단) 컨테이너선 [사진=연합뉴스]


최악의 침체기를 맞았던 세계 해운업계가 최근 수급관계 개선으로 숨통이 트이면서, 중국 해운시장에도 회복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지인 디이차이징(第一財經)에 따르면 중국의 최대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중국원양해운집단)는 올해 상반기 18억6000만 위안(약 3209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99억 위안의 적자를 내 '적자왕(虧損王)'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은 바 있지만, 올해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중국 해운업계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코스코의 흑자 전환은 전 세계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서 연쇄작용으로 일어난 무역량 증가와 인수·합병(M&A) 효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해운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자국 해운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교통운수부는 해운기업 간의 전략적 인수합병 등이 포함된 4대 정책을 내놨다.

정책은 해운업계의 전 영역을 전략적으로 묶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거래처 각각의 서비스 수요를 만족시키고, 네트워크·서비스·이익을 공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코스코는 지난 2015년 중국해운(CSCL·차이나시핑)과 합병되며 시장 점유율 8.5%에 달하는 세계 4위 컨테이너 선사로 거듭났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라이벌이자 같은 동맹이었던 홍콩의 거대 해운사 오리엔트오버시즈컨테이너라인(OOCL)을 인수했다.

이 과정을 거친 코스코는 현재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의 뒤를 잇는 세계 3위 해운사로 발돋움했다.

초상그룹(招商集團)도 지난 2015년 중외운장항그룹(中外運長航集團)과 합병되며 초대형 물류 기업 시노트란스(中國外運)로 재탄생했다.

국영기업 간의 합병을 거듭하며 국적 해운사의 덩치를 키워 온 중국은 향후 해운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중국 유력 증권사 싱예(興業)증권은 "올해 1분기는 춘절(春節·중국 설) 등이 껴있어 비수기였지만 2, 3분기에 점차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컨테이너 운송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벌크선 이용률이 반전되면서, 올해 컨테이너 운송업은 수급균형을 이루며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되살아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세계 해운시장은 지난해 최악의 침체기를 겪으며 고전하고 있다.

해운산업 불황이 시작된 건 불과 몇 년 전 등장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때문이다. 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당 운송 비용 줄일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은 글로벌 선사 간의 수주 경쟁을 일으켰다.

초대형 선박 운임이 '택시'에 비유될 정도로 비정상정인 수준에 이르면서 촉발된 세계 해운업계의 불황은, 지난해 한국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글로벌 해운사 수가 줄어들어 선사들의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운임과 수급 여건 등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해운시장이 비록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래도 점차 호전되고 있다는 평을 내놨다.

올해 해운업계가 회복세를 보이기 전까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인수·합병, 해운동맹과 초대형 선박 발주 등을 통해 불황의 '보릿고개'를 넘었다. 

지난 7월 니혼유센(NYK), 쇼센미쓰이(MOL), 가와사키기센(K-라인) 등 일본 3사는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만들어 세계 6위의 해운회사로 거듭났다. 일본의 해운업계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선박 과잉 등으로 이윤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간의 인수합병은 아시아 지역을 넘어 유럽에서도 활발히 진행됐다.

프랑스 선사 CMA-CGM은 지난 2015년 12월 싱가포르 선사 APL을 인수했다. 독일 최대 컨테이너 선사 하팍로이드도 지난해 7월 중동 최대 해운사인 유나이티드 아랍 시핑 컴퍼니(UASC)와 합병에 합의하며 세계 5위 선사로 도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지난해 8월 한국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해운업계의 위기감이 커졌다"면서 "연대의 가속화로 현재 12개의 해운사가 3개의 거대 글로벌 동맹을 결성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몸집을 키우는 대신 머릿수를 줄이며 남아있는 파이를 신중하게 나눠갖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면서 해운시장은 자연스럽게 거대 선사 체제로 재편됐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5대 선사(머스크, MSC, 코스코-OOCL, CMA-CGM, 하팍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7대 선사까지 합하면 75%에 달한다. 소수의 글로벌 해운 공룡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꼴이다. 

전형진 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상대적으로 과점화 경향이 심해져 거대 선사들에게 있어서 운임협상은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유리한 편"이면서 "화주 우위의 시장이 이제는 선주와 화주의 균형 상태로 가고 있다"고 평했다. 

전 센터장은 세계 해운 시장 전망에 대해 "작년보다 수요증가세가 높고 공급증가율이 낮아지는 등 수급 여건이 좋아져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해운시장의 호황기로 불렸던 2014년 이전 수준까지 올라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