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에서 장하성 라인이 '금맥(金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장을 비롯해서 산업은행 회장 등 주요 금융 수장 자리에 장 실장과 연결된 인물들이 대거 내정됐기 때문이다.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 등은 장 실장과 경기고 동문이다. 장 실장은 인선 과정에서도 이들을 강력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장 실장은 고려대 동문으로 연결된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우리 (장하성) 정책실장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했는데 함께 잘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새 정부 초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중·고, 경희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인사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금융가에서는 "장하성 실장의 인맥이 끝판왕"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적어도 금융권에서는 대통령보다 장 실장의 입김이 더 막강하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고 출신들이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게 사실이다"며 "박근혜 정부 때 서강대 출신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잠시 소외됐던 경기고, 고려대 출신들이 이번 정부 들어서 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매 정부 때마다 나타나는 '금맥(金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특정 인맥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금융권 요직을 장악하고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은 뒤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었다. 금융공기업 기관장부터 감사, 비상임이사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이후 고려대 출신들이 요직을 꿰찼다. 4대 천황 가운데 3명이 고려대 출신이었다. 실제로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 강만수 전 KEB금융그룹 회장은 MB정부 내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새정부 5개월 만에 이들 모두 사임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이들은 각종 혐의로 당국의 조사와 재판을 받아야만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금융권을 장악했다.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책은행은 물론 민간 금융사까지 서강대 인맥들이 들어서면서 금융권에 막강한 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