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수수료를 10년 안팎, 심지어 평생 받지 않겠다는 대형 증권사가 늘면서 중소형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소형사는 대형사에 비해 다양한 밥그릇을 가지고 있지 않아 수수료에 크게 기댈 수밖에 없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가 잇달아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수수료 평생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자체 개발한 모바일증권 '나무' 계좌를 10월 말까지 새로 만들면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를 평생 안 받는다.
신한금융투자(2030년 12월)와 한국투자증권(2022년 9월), 삼성증권(2020년 12월), 대신증권(2020년 12월)에서 모바일로 주식을 거래하는 고객도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물론 공짜경쟁이 이제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결국 큰 회사만 살아남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제 주식중개(브로커리지)로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무료 주식거래를 내세워 늘어나는 고객을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유도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마케팅은 자본력과 다양한 이익원천을 가진 대형사를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투자은행(IB)이나 상품운용 수익뿐 아니라 브로커리지에서도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차이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증권사는 1년 전에도 주식거래 수수료와 신용융자 이율을 크게 내렸었다. 당시 노조를 중심으로 큰 우려가 제기됐다. 한 시민단체는 "증권사 간 무료 수수료 경쟁이 전체 업계를 위기로 내몰고 증권업 종사자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일선 영업현장에서 위기감이 커졌다. 온라인 주식거래 위주로 마케팅이 이뤄지면서 증권사 점포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영업직원은 "온라인 주식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혜택을 확대하는 바람에 직접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우리는 고충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 전문은행까지 출현하면서 금융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증권업계도 단순 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중심으로 체질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