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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회 제주 전국기능경기대회 ‘모바일로보틱스’ 직종 참가 학생들[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아주경제 제주 원승일 기자=“아, 조금만 조금만 더 빨리, 퍽을 왼쪽으로 옮겨야···”
6일 오후 1시59분, 로봇의 미션 완료시간에 1분이 채 남지 않았다. 대구에서 왔다는 학생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미션 수행 여부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시간(5~20분) 내에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손군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올라 있었다. 옆에 있던 또 한명의 학생이 로봇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체크하며 상황을 알려줬다.
모바일로보틱스란 모바일 로봇의 기계시스템을 조립·설치하고 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또는 원격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 폭발물 운반 등 순간 상황 대처가 필요한 분야에 로봇을 활용하는 것으로 참가자를 로봇공학기술자, 로봇연구개발자 등으로 육성하는게 목표다.
이 직종은 2인 1조로 구성된 한 팀이 3일간 세가지 과제를 24시간 내 수행하면 심사위원이 종합 점수를 집계해 순위를 가르게 된다.
손군은 “이번 대회 목표는 세가지 과제 모두 만점으로 완주, 적어도 은메달 이상을 따는 것”이라며 “입상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로 오는 11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고등학교 등 7곳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메카트로닉스, 모바일로보틱스 등 50개 종목에 17개 시·도에서 1901명이 출전해 열띤 경쟁을 벌인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친형제가 선의의 경쟁자가 돼 실력을 겨뤄 이목을 끌었다. 동력제어 직종에 출전한 청주공고 유환진(19)·환수군(18)의 경우 형은 올해 충북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 동생은 동메달을 각각 땄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들은 금메달을 두고 한 판 승부를 겨룬다.
통신망분배기술 직종에 참가한 제천디지털고 방대한(19)·정헌(18세) 형제도 충북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재소자의 참가도 눈에 띈다. 전국 각지에서 온 25명이 용접과 가구, 냉동기술 등 13개 직종에 출전, 기량을 뽐냈다. 대부분 장기 복역자인 이들이 제주까지 이동하느라, 한 명당 법무부 소속 직원 5명이 동행해야 했다.
이들의 목표 역시 금메달이다. 메달과 함께 받는 상금 1200만원, 국가기술자격 산업기사 실기시험 면제 등의 혜택도 크지만 입상시 감형이 된다는 점에서 동기 부여는 충분했다.
단 재소자는 금메달을 따도 2019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수 없다. 해당 직종은 은메달 수상자가 대표 선발전에 나가게 된다.
비록 재소자들은 예외지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입상, 같은 직종에 계속 종사할 경우 연금 성격의 ‘계속종사장려금’을 받는다는 점은 또 하나의 동기 부여 요소다.
금메달 입상자 기준으로 1년차 950만원, 10년차부터는 1200만원의 장려금이 지급된다. 고용부는 2013년부터 고용보험기금으로 통합, 장려금을 적립하고 있다.
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지난 4월 17개 시·도별로 치러진 지방기능경기대회를 거쳐 선발된 자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하지만 52년 만에 처음 제주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기에 필요한 부품, 설비 등을 제주 현지에서 조달하지 못해 배로 실어 나르거나 참가자들이 직접 대회 장소로 가져와야 했다. 또 설비와 참가자를 수용할 만한 규모의 경기장이 적어 제주도내 7개 지역으로 나눠 진행해야 했다.
박순환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높은 문화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여건으로 숙련기술의 혜택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1966년부터 시작된 전국기능경기대회 역사상 최초로 제주에서 개최된 만큼, 제주도민과 도내 초·중·고생이 미래사회를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