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북·중 접경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중국인들의 공포감이다.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인근에서 규모 4.4의 함몰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핵실험장 붕괴 가능성과 함께 이에 따른 방사능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5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6차 핵실험 후 이전의 5차례 핵실험 때에 비해 훨씬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산사태가 일어난 것이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례적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관련 부서와 무장경찰부대 총사령부, 수리(水利), 위생계획부, 공업정보화, 지진 담당부서까지 총동원됐다. 지정 검측소뿐 아니라 항공검측장비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정부는 "아직 이상징후가 없다"며 안심시키고 있지만 중국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심각한 상태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가 북·중 국경에서 약 100㎞밖에 떨어지지 않아 접경지역이 방사능 누출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방사능 누출에 따른 중국 동북지방의 오염을 북핵에 대한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바 있다.
때문에 방사능 오염 여부 문제로 인해 더 이상 북한의 도발을 묵과할 수 없는 중국정부가 좀 더 촘촘해지고 날 선 대북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6일 "방사능 유출 시 피해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서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북한 주민 피폭 문제와 관련, "구체적으로 설명 드릴 만큼의 결과는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피폭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방사능 오염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의 화산 폭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화산 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북·중 접경인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와 백두산, 러시아 연해주 일대가 강하게 흔들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6차 핵실험을 한 길주군 풍계리에서 불과 13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특히 북한이 역대 최고급인 규모 5.7의 핵실험을 감행한 만큼 백두산 지각에 상당한 자극이 가해졌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도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핵실험장 인근 길주군 일대의 중축되거나 낡은 건물들에 대한 안전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붕괴를 우려하며 추가적 대북 제재에 반대를 표하던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한 셈이다.
중국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사설을 통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레드라인은 동북지방의 방사능 오염"이라며 사실상 "방사능 누출이 확인될 경우 전면적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국경폐쇄 조치"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튿날인 4일 이 기사는 중국 정부가 삭제지시했고, 5일 환구시보는 '방사능 오염 여부는 아직 미확인'이라는 논조의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신문은 방사능 누출은 중국의 '레드라인'임을 여전히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전면적 원유 공급 중단은 '북한의 핵 보유 야심을 무너뜨기리 어렵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신상진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는 "내달 18일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주석이 내부적 통합과 인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북지역에서도 안정이 유지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만큼, 북한에 강력한 조치를 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원유공급 중단 조치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 명확한 (반대의)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측면과 더불어, 만약 동북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등 자국 핵심이익에 반하는 상황을 맞이했을 경우 강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양면적으로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