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한국 경제 하에서는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등을 따라가지 않으면 금융시장에는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을 지냈던 최운열(초선·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직후 내린 진단이다.
여의도의 대표적인 ‘경제통’, 특히 금리 전문가인 최 의원은 지난 1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아니겠느냐”라면서도 “미국이 향후 1∼2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달 3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는 14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이다.
최 의원의 진단은 뼈아프다.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는 한국 경제의 태생적 한계다. 수출과 외환 등 대외 의존도가 높다 보니, 세계발(發) 금융위기 때마다 주가나 원화 가치가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수출 부진은 곧 실물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로 이어진다. 외풍에 흔들리는 수준을 넘어 금융위기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층 커진 상황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은 언제든 한국 경제를 암흑으로 이끌 수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또 다른 특징은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유혹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경기침체 때 부동산 경기부양 카드를 쓴다. 사실상 유일한 카드다. 외풍에 약한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내우외환에 휩싸이는 이유다.
최 의원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환율 상승이나 외화 등의 자금 유출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일 바람직한 것은 선제 대응이지만, 최소한 동조 현상으로는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 ‘매파신호’ 강했지만, 가계부채·대북 위기에 동결
향후 관전 포인트는 금리 인상 시점이다. 이번에는 한은 내 ‘매파’(통화 긴축론자) 신호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금융변동성 확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점진적 정상화 등으로 ‘동결’을 택했다. 올해에 남은 금통위의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10월과 11월 두 차례다. 금리 인상의 신호탄 여부를 가를 분기점인 셈이다.
최 의원은 “위기에 빠진 남북관계 등 대북정책이 변수”라며 “남북관계가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액션을 취할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앞으로 1∼2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남 영암 출신의 최 의원은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조지아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박사를 마치고 1982년부터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2005∼2006년 동대학 대외부총장, 2006∼2009년 동대학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1995∼2004년 한국증권연구원장, 1998∼2000년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등도 겸임했다. 지난해 4·13 총선 때 민주당 비례대표(4번)로 원내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