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새 비전을 토대로, 조직혁신과 업무재설계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그간 환경부가 이름에 맞는 행보를 하지 못했다며 과거와 절연을 선언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예고했다.
특히 4대강 사업 방관,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 등 환경부가 환경정책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환경부가 환경부답지 못했던 과거와 절연(絶緣)하고, 환경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 열망을 담아 새 정부 환경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공존을 추구하는 핵심기관으로 거듭나려는 환경부의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장관이 강조하는 ‘지속가능발전’은 국가적 차원의 비전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속가능발전’은 환경부뿐 아니라 공기업까지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환경산업, 환경보건 등 기존 업무를 배제한 채 에너지를 포함한 경제 전반에 걸친 융합 부처로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최근 김 장관의 행보를 보면 에너지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발전사를 배제하고, 환경부에서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산업부, 국토부와 유기적인 업무조율이 가능할지 벌써부터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김 장관은 “상수도, 정수장, 하수처리장에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를 추가하려고 한다”며 “기존 발전사업자에게 줄 것이냐, 마을 협동조합에 줄 것이냐를 결정하는 업무를 환경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제시한 환경비전 대로라면, 여러 부처와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안팎의 반응이다. 그간 환경정책이 개발과 충돌한 사례는 많다. 경제나 안보까지 범위를 넓히면 환경부의 지속가능발전은 다른 정부부처 정책을 지원해주는 부처라는 인식으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임명장을 받을 때 대통령께서 환경부는 국정의 모든 측면에 환경적으로 얘기해줘야 한다고 했다”며 “개발이든 경제든 확실하게 환경적 측면을 얘기하겠다. 환경적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 걸림돌이 아니라고 본다. 언제나 모든 사업에 대해 환경적인 측면을 확실하게 얘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발전이 박근혜 정부에서 제시한 ‘창조경제’와 다를 바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워낙 실체가 없다보니 ‘뜬 구름 잡는 식’ 비전이라는 얘기다. 바꿔 해석하면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이나 비전은 확실한 방향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부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전 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의 경우, 임기 말까지 주무부처조차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결국 실패로 돌아간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속가능발전은 이미 많은 곳에서 도입하거나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환경부의 비전은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융합부처로 거듭나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부처이기주의를 벗어나겠다는 의도로는 좋지만,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융합부처를 자처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