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주홍글씨' 황우석 사태...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사퇴의 교훈

2017-08-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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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와 박기영 교수가 2005년 5월 25일 서울 순화동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저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였습니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11일 밝힌 사퇴의 변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정책 집행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된지 나흘만의 자진 사퇴였다. 박 전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 깊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직에서 물러나는 선택을 하게된다. 세계 과학 역사상 최악의 연구부정행위 사건 중 하나인 황우석 사태가 11년만에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또 한번 대한민국을 뒤흔든 것이다.

28일 과학계에 따르면 황우석 박사는 2004년 사람 난자로부터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고 발표, '사이언스'지에 해당 논문을 게재했다. 당시 전 세계가 황 박사의 연구가 향후 난치병이나 불치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업적이라고 극찬하며 주목했다.

하지만 이듬해 사회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황 박사의 2004년 사이언스 지 게재 논문에서 사용된 난자의 출처에 대한 의문을 방송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황 박사는 방송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연구원 두 명의 난자가 사용됐으며, 미즈메디측에게서 난자 제공자에게 일정액의 금액이 지불되었음을 시인하고 가지고 있던 모든 공직에서 사퇴할 것을 발표했다.

이후 PD수첩은 세계적인 과학자의 잘못을 선정적으로 보도해 그에 오명을 씌웠다는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게 되고, 광고없이 방송을 내보내는 사태가 일어난다. 황 박사의 동정론이 확산될 무렵 PD수첩은 황 박사의 2005년 사이언스지 논문 자체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구제적인 진술을 확보한다.

PD수첩은 황 박사 측에서 받은 줄기세포의 DNA검사를 두 개의 독립기관에 의뢰했으며, 그 결과 환자 체세포로부터 만들어졌다는 배아줄기세포의 DNA 지문이 환자들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 사실을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했다. 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내 소리마당 게시판과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 사이트에 황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 사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6년 이 같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착수, 2005년 사이언스 관련한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는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04년 줄기세포 또한 환자 DNA와 다르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황 박사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박 전 본부장은 2004년 1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황 박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데 중심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황 박사를 후원하는 '황금박쥐’(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 모임의 일원으로, 황 박사의 줄기세포 프로젝트에 대한 국가 차원의 후원을 주도한 것.

그는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된 후 황 박사의 연구에 기여하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2004년 낸 사이언스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와 함께 박 전 본부장은 2001∼2004년 황 박사로부터 전공과 무관한 연구과제 2개를 위탁받으면서 정부지원금 2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황 박사는 최근 재기 차원에서 멸종된 고대 동물 매머드 복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연구와 관련 법적 다툼이 들어간 상황이다. 1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연구윤리 문제에 휘말린 셈이다.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박 전 본부장의 사퇴를 단지 잘못된 인사를 교체하는 차원에서 그쳐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계 한 고위인사는 "11년전 황우석 사태를 되새기면서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학계는 낡은 과학기술정책의 커넥션에 탈피해야한다"면서 "과학자의 기본인 연구윤리 의식이 뒷받침되는 전문성 있는 인사가 중용되는 투명한 인사시스템이 정착되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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