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미 의회가 하계 휴회를 마치고 개회하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개편안의 연내 가결을 위해 총력을 다할 태세이다. 자신의 핵심 공약인 세제개혁 통과 여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갈길 먼 세제개혁·부채한도 조정···운명의 9월 딛고 일어설까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30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미주리 주 연설을 통해 세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관련법안 통과를 추진하기 위해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어젠다와 일정은 세제 개혁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하향 조정(현행 35%→15%) △상속세 폐지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평균 공제 확대 △미 경제 성장률 4% 달성 등을 세제개혁의 골자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세제개혁 수준을 두고 백악관과 미 의회 간 이견이 여전한 상태여서 세제개혁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음달 29일까지 상원이 2018회계연도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10월 1일부터 미 연방정부의 업무가 부분 정지되는 정부 폐쇄(셧다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멕시코 장벽 건설 비용이 담겨 있다. 민주·공화 양당 내 비판이 높아지면서 상원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부채한도 증액 문제도 9월 안에 넘어야 할 산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폴 라이언(공화당) 하원 의장은 "부채가 한도에 도달하기 전에 의회가 한도 상향 조정안을 가결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20조 달러대에 이르는 부채 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새로운 대출과 이자 지급이 어려워져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재정 위기를 피하려면 적어도 의회가 9월 말 전에는 부채한도의 상향 조정에 합의해야 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23일 "미국 정부가 10월까지 부채 상환 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현재 최상위에 있는 '트리플 A' 등급에서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등 돌린 공화당 내홍 수습 먼저"···허리케인 '하비' 역전 기회될까
각종 경제 정책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공화당 내 내홍을 수습하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미 의회 전문지 더 힐 등에 따르면 공화당 내부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도부를 잇따라 비난한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케어 입법에 실패한 뒤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를 질타, 원성을 샀다. 이후 24일에는 부채한도 조정 법안 통과와 관련, 매코넬 원내대표와 라이언 하원 의장을 저격·비난하는 등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 비난이 잦아진 데 대해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샬러츠빌 유혈사태에 대한 '양비론 발언'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등 돌린 아군의 마음을 되돌리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텍사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도 골칫거리다.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자연재해이자 역대 가장 큰 규모의 허리케인으로 분류될 전망이어서 '트럼프 리더십'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현지 복구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텍사스를 방문하겠다"며 "생명과 안전에 모든 주안점을 두겠다"면서 29일께 직접 텍사스를 방문, 현장을 시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적인 시찰 계획을 호평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당시 피해 지역이었던 뉴올리언스를 적극 방문하는 대신 피해지역을 둘러보기만 하면서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때문에 취임 이후 7개월 동안 별 다른 성과 없이 논란을 부추겨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하비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