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랜드그룹 지배회사인 이랜드월드와 자회사인 리드는 이달 8일 신영자산운용을 상대로 유통업체 세이브존I&C 주식 12.29%(504만2155주)를 1주에 4545원씩 총 229억원에 장외매도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세이브존I&C는 지분 매도일인 8일을 빼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4만주 미만으로 거래됐었다. 최근 주가가 5000원 이상이지만 장내에서 500만주가 넘는 지분을 제값에 팔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신영자산운용은 1대주주인 세이브존(52.8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게 됐다. 기존 2대주주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9.89%)은 3위로 밀려났다. 세이브존 오너는 용석봉 회장(38.73%)이다.
신영자산운용 관계자는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 아래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은 알짜 자산을 잃게 돼 아쉽지만 한 푼이라도 더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초에도 이랜드그룹은 패션브랜드인 티니위니와 유통브랜드 모던하우스를 매각했다. 매각가는 각각 8000억원, 7000억원이었다.
그래도 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표회사인 이랜드월드를 보면 6월 말 기준 유동비율이 70%를 밑돌았다. 잇단 자산 매각을 반영해도 120% 안팎에 그친다. 이에 비해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200% 이상이다.
이랜드그룹은 켄싱턴제주호텔과 평창켄싱턴플로라호텔, 포천베어스타운도 매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거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유휴부동산이나 보유지분처럼 현금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시장성이 있는 알짜 자산을 팔 수밖에 없다"며 "급한 불을 끄더라도 다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