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의 큰 어머니인 고(故) 변중석 여사 10주기를 맞아 16일 범(汎) 현대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변 여사는 고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범 현대가는 변 여사의 10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오후 7시께 서울 한남동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에서 제사를 진행했다.
범 현대가의 집결은 지난 6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차녀 결혼식 이후 2개월 만이다.
맏손자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15일 오후 10시께 6박7일간의 중동(오만·요르단)과 동남아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해외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제사에 참석했다.
아울러 아들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그룹 회장,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손자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정대선 비에스앤씨 사장과 부인인 노현정 전 아나운서,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등 범 현대가 30여명이 참석했다.
원래 현대가 제사는 정 명예회장의 생전 자택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열렸으나 2015년 변 여사의 8주기 때부터 장남인 정 회장의 한남동 자택으로 옮겨 지냈다.
변 여사는 현대가의 안방마님이자 재벌총수의 아내였지만, 생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한 내조에 힘썼다.
정 명예회장은 새벽 5시 청운동 자택으로 자식들을 불러 아침식사를 했다. 이른 시각 아침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 근면함과 성실함을 깨우치는 현대가의 전통이었다.
이를 위해 변 여사는 매일 새벽 3시30분부터 손아래 동서, 며느리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항상 조심하고 겸손하라”고 가르치며 집안 대소사를 손수 챙겼다고 한다.
정 명예회장은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아내 변 여사를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여년을 한결 같이 함께해준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뒤 “젊은 시절 심한 고생을 하면서도 절대로 불평불만하지 않고 집안을 꾸려준 아내”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변 여사는 “평소 남편이 사준 재봉틀 하나와 장독재가 내 재산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검소하게 살았다.
고 변중석 여사는 1921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 때 여섯 살 연상인 정 명예회장과 결혼했으며 8남 1녀를 뒀다. 1990년 심장병과 고혈압 등으로 입원한 후 오랜 투병생활을 하다가 2007년 8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범 현대가는 변 여사의 기일인 17일 오전 경기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