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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두가 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다. 유명 브랜드를 거의 베낀 듯한 스마트폰을 저가로 판매해 반짝 성공 후 내리막길에 들어선 줄 알았던 기업. ‘대륙의 실수’에서 ‘대륙의 기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다 또 다른 신생기업에 밀려났던 기업.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인도에서 ‘Are you OK’만 반복해 부족한 영어 실력을 지적받고 스티브 잡스만 흉내내는 창업자로 저평가되던 레이쥔(雷軍)이 세운 기업. 바로 샤오미다.
2011년 처음으로 ‘미(米)1’ 스마트폰을 30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해 급부상한 샤오미는 애플 짝퉁 논란 속에서도 가뿐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했다. 그러나 기술력 부족으로 해외 시장 진출이 잇따라 좌초되고 오포, 비보 등 신흥강자와 막강한 실력의 화웨이 등에 밀리며 내리막길을 걷는 듯했다. 샤오미의 위기를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기기, 중국에서 인도로
주춤했던 샤오미가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8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샤오미는 6.4%로 5위권에 재진입했다. 1위는 22.1%의 삼성전자였고 그 다음은 애플(11.4%), 화웨이(10.7%), 오포(8.2%)의 순이었다.
샤오미의 귀환은 중국과 인도 시장 약진의 결과다. 최근 포화상태에 도달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을 크게 늘린 것이 눈에 띈다. 올 2분기 샤오미의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2320만대로 전분기 대비 60% 이상 급증했다. 샤오미는 창업 이래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삼성과 애플을 제치고 화웨이, 오포, 비보 다음의 중국 4위로 올라섰다.
‘스마트폰 최후의 격전지’로 꼽히는 인도에서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인도 1위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24.1%, 2위 샤오미는 15.5%였다. 여전히 격차는 크지만 삼성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줄었고 샤오미의 점유율은 늘었다는 게 중요하다. 특히 샤오미의 훙미(紅米)노트4는 지난주 판매량 500만대를 돌파하며 인도 시장 판매량 1위의 ‘왕좌’를 차지했다.
샤오미는 최근 저가 전략에 더해 글로벌 IT 기업의 특허를 대거 사들이며 기술력을 확보, 해외시장 확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마이크로소프트(MS) 특허 1500건을 매입했고 최근에는 노키아와 표준특허(SEP)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교차특허 협약을 체결했다.
샤오미의 인기는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기기, 보조배터리로까지 확장됐다.
샤오미의 미밴드는 한화 2만~3만원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최강자에 등극했다. SA에 따르면 올 2분기 샤오미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약 370만대로 세계 시장 점유율 17.1%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업계 1위였던 핏빗이 15.7%로 2위, 3위에는 13.0%의 애플이 이름을 올렸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실 네이버 등 우리나라 검색 포털에서 샤오미를 검색하면 쇼핑 카테고리에 뜨는 상품은 대부분 보조배터리다.
샤오미의 중국 보조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실제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는 샤오미 생태계에 속한 쯔미(紫米)하이테크로 쯔미 창업자 장펑(張峰)이 샤오미 생산라인을 총괄하는 부총재를 맡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기술·혁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흡수해 ‘샤오미’라는 이름을 내건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 공기청정기, 전기밥솥, 에어컨…생활의 ‘IoT’ 이끈다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 웨이보(위챗) 메시지가 오면 집에 붉은 조명이 들어오고 컴퓨터도 켜집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집 내부에 상호연동이 가능한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말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퇴근을 해 집으로 갑니다.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 당신의 집이 준비를 합니다. 인공지능(AI)이 커튼을 걷을지, TV의 ON·OFF 여부를 결정하고 당신의 기분이 좋다면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음악이 나오고 이에 맞는 분위기의 조명도 켜집니다.”
샤오미 생태계 조성사업을 맡고 있는 가오쯔광(高自光)은 지난달 한 매체에 샤오미의 IoT, 스마트홈 가전 브랜드 ‘미자(米家·MiHome)’와 관련해 샤오미가 그리는 미래를 이렇게 묘사했다.
가오 총책은 “2015년 미자 브랜드를 내놨고 스마트폰 기업에서 스마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IoT는 샤오미 생태계의 핵심으로 이를 위해 2014년부터 꾸준히 공기청정기, 정수기, 로봇청소기, 자전거, 심지어 신발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샤오미 세상을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샤오미 생태계를 중심에서 이끌 자체개발 유저인터페이스(UI) MIUI 9, 가정용 스마트 카메라를 공개하고 스마트 TV인 샤오미 TV 4 등을 출시했다.
지난 10일에는 다시 에어컨을 출시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젊은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한 세련되고 간결한 디자인에 OLED 화면이 더해졌다. 가격은 4399위안(약 74만6000원)이다. 이날 99위안 스마트 비데도 공개했다.
지난 4일 공개한 가정용 스마트 카메라도 눈길을 끈다.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1080픽셀 해상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보안 카메라, 웹캠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가격과 투자방식이다. 샤오미 카메라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소액을 투자받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발됐다. 출시 가격은 149위안(약 2만5000원)이다.
지난해 샤오미 매출의 80% 이상을 스마트폰이 벌었지만 샤오미 스마트 기기 판매량도 3700만대에 육박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샤오미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中 OTT 셋톱박스 1위, AI 스피커 출시…”계속되는 도전”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 외에도 샤오미가 업계 1위에 올라서며 탄탄한 입지를 다진 분야가 있다. 바로 중국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TV를 보는 서비스) TV 셋톱박스 시장을 샤오미가 장악한 것이다.
중국 가전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중이캉(中怡康)이 발표한 7월 OTT 셋톱박스 판매량 순위에서 샤오미는 점유율 38.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잉페이커(英菲克·inphic), 촹웨이(創緯·Skyworth), 이뎬(忆典), 디유메이터(迪優美特·DiyoMate)가 그 뒤를 따랐다. 셋톱박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알리바바의 톈마오, 화웨이 등은 5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샤오미는 사실 중국 OTT 셋톱박스 산업의 개척자이자 리더다. 2012년 11월 14일 처음으로 TV 셋톱박스를 출시했고 이후 미셋톱박스 2.0, 미셋톱박스 업그레이드 버전, 미셋톱박스 미니버전, 미셋톱박스 3, 미박스(Mi Box) 해외판 등 7종의 상품을 선보였다. 중국 시장에서 쌓은 실력과 콘텐츠,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지난 5월 구글과 손잡고 미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최근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AI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샤오아이퉁쉐(小愛同學)’를 부르기만 하면 뉴스, 날씨 검색, 알람·D-데이 설정, 환율·시간 확인, ,간단한 대화, 문자 전송, 길찾기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AI 스피커를 내놓은 것. 샤오미의 ‘가정용 비서’로 샤오미 생태계에 속한 TV, 로봇청소기, 스마트 조명 등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역시 가격이다. 애플의 홈팟(약 349달러), 아마존의 에코(약 180달러)와 비교해 터무니 없이 저렴한 299위안(약 44달러)이면 '샤오아이퉁쉐'라는 친구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샤오미의 시선이 자동차로 향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샤오미와 베이징자동차그룹이 전략적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스마트자동차 생산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샤오미가 스마트자동차 특허 확보를 위한 자회사를 세웠다", "샤오미 자동차인 ‘미슬라’가 39999위안의 가격으로 출시된다"는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레이 회장은 “샤오미의 핵심 사업은 스마트폰, TV, 공유기 등으로 당분간 자동차와 부동산 분야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생각”이라고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