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다소 완화됐지만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미사일 기술 이전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자체 미사일 개발 능력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 북한이 자체적으로 미사일 엔진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정황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당국자가 북한이 엔진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는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북한이 '화성-14형'의 엔진이 암시장을 통해 조달됐다는 언론 보도 내용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미사일 분석 내용을 인용한 14일 보도를 통해 "미사일 개발 속도를 봤을 때 우크라이나 등에서 고성능 액체추진 엔진(LPE)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엔진은 구 소련 ICBM 등에도 사용된 액체 연료식으로, 북한은 암시장 등을 통해 이 엔진을 구한 뒤 작년 9월경부터 발사 실험 등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엔진 공급처로 지목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유즈마슈 공장이 지난해 재정난에 빠진 점, 북한이 과거에도 이 공장에서 미사일 기술을 획득하려고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우크라이나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진전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 전문가의 지적은 근거 없는 정보이며 우크라이나는 북한에 어떤 미사일 기술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등 다각적인 국제 제재를 통해 북한과의 거래가 차단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연계설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조작설'을 강조하면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병합 사태 이후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책임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점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가 조작한 것"이라고 비난하자 러시아도 즉각 반발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의 한 연구기관 측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유즈마슈 출신 엔지니어 6~10명 정도가 일자리를 찾아 북한에 갔다"며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현지에서 우크라이나제 미사일 엔진 복제 등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도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ICBM 발사 이후 엔진 개발 등 북한의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의혹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며 기술 고도화가 계속될 경우 오는 2025년께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