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제 등 전방위적 고강도 규제를 담은 8·2 대책이 현실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가격 급등과 청약 과열 현상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한 국지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싹부터 잘라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되레 서울 외곽에서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층만 역풍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서울 평균 주택매매가격은 3.3㎡당 2036만원으로 연초보다 107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7개월간 3.3㎡당 가격 상승폭이 큰 지역으로는 종로가 259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송파(246만원) △강남(218만원) △서초(182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8개구만 평균치를 웃돌았고 나머지 17개구는 평균치 아래였다.
도심이냐 외곽이냐에 따라, 같은 지역이라도 재건축이냐 일반 아파트냐에 따라 가격 상승률이 천차만별이란 의미다.
청약 문턱이 대폭 높아진 것도 문제다. 서울에서 청약 1순위가 되려면 청약통장을 2년 이상 보유해야 하며, 민간주택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도 확대돼 전용 85㎡ 이하 주택은 가점제 대상 주택 비율이 종전 75%에서 100%로 늘어난다.
아울러 이달 중순부터는 서울 전역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LTV·DTI는 일괄적으로 40%가 적용된다. 부부합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매할 경우만 10%포인트 완화된 50%가 적용되지만 서울 맞벌이 부부의 소득은 대부분이 6000만원을 넘는다.
문제는 서울 전 지역에서 30~40세대가 청약 가점제 100%를 충족하기가 너무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약 6억2800만원임을 감안하면, 대출 없이 본인 돈이 최소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약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엔 지역별 청약 경쟁률의 편차도 크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청약 일정이 진행된 26곳의 사업장 중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사업장은 9곳에 불과했다. 강남권보다 집값이 낮은 노원구나 양천구는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정부가 서울 일대에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의 규제를 가한 배경에는 향후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인한 외곽 지역의 시세 급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정작 내집 마련에 나서야 할 젊은 수요층에게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별 형평성에 있어서도 어긋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