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직장인 A씨(31)는 거주지역인 노원구에서 분양하는 중소형아파트에 청약을 넣어보려고 했지만 8·2 대책으로 청약가점 기준이 높아지면서 당첨이 어려워졌다. 맞벌이 부부로 연간소득이 6000만원이 넘어 주택담보대출비율( LTV)·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밖에 적용이 안 돼 기존 주택을 사는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여윳돈 3억원은 있어야 내집 마련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비강남권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올해 7월까지 서울에서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대부분 강남권이거나 재개발 호재가 있는 곳인데 25개구 모두 투기과열지구 제재를 받게 돼 내집 마련에 나선 서민 실수요층이 유탄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은 기존보다 한층 강화됐다. 청약 1순위가 되려면 청약통장을 2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민간주택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도 확대돼 전용 85㎡ 이하 주택은 가점제 대상 주택 비율이 종전 75%에서 100%로 늘어난다. 가점제로 당첨된 사람은 2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된다.
자금 마련 부담도 커졌다. 이달 중순부터는 서울 전역에서 LTV·DTI는 일괄 40%가 적용된다. 다만 부부합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의 가구가 투기과열지구 6억원 이하의 주택(조정대상지역은 5억원)을 구매할 경우 LTV·DTI를 10%포인트 완화해 50%가 적용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서울에서 청약 일정이 진행된 사업장은 총 26곳으로, 이 가운데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넘긴 곳은 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송파구 2곳 △강동구 3곳 △영등포구 2곳 △은평구 1곳 △서대문구 1곳 등이다. 영등포·서대문구는 최근 수년간 분양이 거의 없던 지역이다.
반면 5대1 이하를 기록한 지역은 △노원구 1곳 △용산구 2곳 △영등포구 1곳 △구로구 1곳 △성동구 1곳 △강동구 1곳 △동대문구 1곳 △강북구 1곳 △중랑구 1곳 등으로 모두 비강남권이다.
양천구에 사는 결혼 8년차 직장인 B씨(40)는 "부모님 사정으로 본인 이름으로 된 아파트가 한 채 있어 청약 당첨이 힘들어졌다"며 "양천구는 목동을 제외하곤 집값도 저렴하고 가격 상승폭도 상대적으로 덜한데 규제를 받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서울 외곽지역 서민 실수요자들만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약 6억2800만원으로 대출규제를 감안하면 자기 돈 3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내집 마련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맞벌이 부부 대부분은 연봉합산 소득이 대부분 6000만원 이상이다. 대출 규제 대상을 서울 인구 소득수준, 평균 아파트값 등 현실을 감안해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