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달 27일 싱가포르에서 프라임나우(Prime now) 서비스를 실시했다. 거주지역 맞춤 서비스인 프라임나우는 수만개 상품에 대한 2시간 딜리버리를 제공하고 있다. 식료품은 물론 생활용품, 의류, 전자기기 등 다양한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프라임나우 서비스로 상품 40싱가포르달러(약 3만3000원) 이상을 주문하면 2시간 안에 무료배송된다. 1시간 내 배송을 원하거나 총 주문 금액이 40싱가포르달러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배송비가 추가된다. 다만 프라임나우 서비스는 앱을 통해서만 주문 가능하다. 아마존은 싱가포르 웹사이트 오픈을 준비했었으나 소셜미디아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면서 잠시 중단한 상태다.
아마존은 대규모 창고 또는 주문처리센터를 통해 클릭 앤 모르타르(Click and mortar) 사업 모델을 싱가포르에 적용시켰다. 아마존 관계자는 "우리는 고도의 기술력과 알고리즘을 이용한 랜덤스토우(random stow), 배칭(batching)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고객의 주문을 완료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의 진출이 이 시장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테마섹홀딩스· 구글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가치는 80억 달러(약 9조원)였으나 2020년에는 220억 달러(24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에는 880억 달러 (99조 2400억원)에 달하며 10년간 12배나 급증할 것으로 기대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아마존 시장 점율은 미국 전체 온라인 유통 판매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6월까지 1년간 순판매량은 1500억 달러(169조원)에 달한다. 특히 북미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전체 순판매량의 31%인 430억 달러( 43조 4900억원)은 북미 지역에서 발생했다. 북미에서 온라인 순매출은 23%로 성장했다. 해외 부문에서는 동남아시아처럼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들이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마존은 경제 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이 급증하는 동남아시아로 서비스의 지리적 범위를 확장시키려는 계획이다. 아마존이 다른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싱가포르를 베이스캠프로 정한 것으로 추정됐다. 아마존의 진출로 동남아시아 온라인 유통업계는 물론 지역 상권 경쟁구도 역시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이스와란 싱가포르 산업통상부 장관은 기술력이 뛰어난 아마존의 진출이 싱가포르의 노동 생산성을 발전시키고 인프라 이용을 늘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규모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만 수백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 현지업체 M&A로 진출한 알리바바 vs 지역 서비스로 접근하는 아마존
아마존은 주요 동남아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경쟁사인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진출한 상태이며 연계된 지불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에 진출한 알리바바가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중국에선 자국 회사인 알리바바가 독보적이다. 아마존은 중국은 물론 중국과 밀접한 동남아시아에서도 그렇다할 기반을 닦지 못한 상태다.
알리바바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인수합병(M&A)를 진행해왔다. 인도에서 온라인 유통업계 3위인 스냅딜(Snapdeal)에 투자했다. 또한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부터 모바일 결제업계 1위인 페이티엠(Paytm)에 투자했다. 알리바바는 페이티엠 커머스와 협력해 온라인 슈퍼마켓 '빅바스켓'에 2억 달러를 투자, 지분 20%를 확보한다. 올해 소프트뱅크도 알리바바와 함께 페이티엠에 투자했다. 반면 아마존은 지역 서비스로 접근했다. 지난 2013년 인도 시장에 진입한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 프라임나우 딜리버리, 프라임 비디오스티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아마존은 판매 성장부문에선 현지업체를 앞서고 있다. 때문에 아마존을 의식한 현지업체들은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초 인도 온라인 유통업계 1위인 플립카트(Flipkart)는 스냅딜에 인수 제의를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텐센트가 플립카트의 주요 주주인 점도 거래가 결렬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4월 동남아시아 최대 유통업체인 라자다(Lazada)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라자다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에서 온라인 매매량이 가장 많다. 지난 6월 알리바바는 라자다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83%까지 끌어올렸다. 알리바바의 투자액은 20억 달러( 2조25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알리바바는 올해 말레이시아 법인을 설립하고 T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