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삼성그룹은 결심 공판에서 나온 특검팀의 구형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구형량이 공개되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임직원들은 "할 말이 없다", "법원 선고를 지켜보자"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다만 삼성은 지금까지 총 50여 차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검을 상대로 '무리한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논리를 펴온 변호인단과 대체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형량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이 재벌 적폐 청산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 요구를 무시하고 기업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겠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재판부의 1심 판결에 희망을 거는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변호인은 특검의 구형 근거에 대해 '견강부회'하고 있다면서 "정황증거와 간접사실을 모조리 모아봐도 공소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 재계 임원은 "대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려고 하면 투자 등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반기업 정서를 앞세운 여론재판이 아니라 명확한 증거에 근거한 1심 선고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구형량이 높게 나왔다"면서 "법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길 기대한다"고 짧게 말했다.
한편 특검은 이 부회장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들의 최종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