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가운데,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선 남북 외교장관의 '3분 대화'와 더불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한·러, 북·러 등 한반도 6자회담 당자국들의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낮 미국 대표단 숙소인 마닐라 소피텔에서 업무 오찬을 겸한 3국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에 대한 상황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한·미·일 3국은 지난달 초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핵·미사일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도 앞서 5일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ICBM 발사 등에 우려를 표명하는 별도 성명을 채택했다.
앞서 강 장관은 6일 저녁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ARF 환영 만찬 때 대기실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3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강 장관은 "우리의 대북 군사회담 및 적십자회담 제안이 시급한 것이고, 다른 정치적 상황을 제쳐놓고 당장 시행할 사안이어서 적극 호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리 외무상은 "남측의 대북 제안에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 장관은 전했다.
강 장관은 대북 제안을 수용하라는 자신의 발언에 "(리 외무상은) 우리가 제재·압박과 관련해서 안보리를 통해서도 그렇고 미국과 공조해서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제의는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고 소개했다.
한편 강 장관은 ARF 환영만찬을 계기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도 북핵 문제와 한러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양 장관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활동 관련 자금원 차단 측면에서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담은 신규 안보리 제재 결의 2371호 채택이 북핵 대응에 있어 이정표적 성취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관련 안보리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도 7일 러시아, 필리핀과 각각 양자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했다고 북한 측 당국자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