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결심공판] 오는 25일 1심 선고, 특검 높은 구형에도 실형 반영 쉽지 않을 듯

2017-08-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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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12년형을 구형하면서 오는 25일에 있을 재판부의 1심 선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단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을 구형했지만 재판부가 실제로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3개월 넘는 재판 기간 특검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경우에도 뇌물공여로 연루됐던 대기업들이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7일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그룹 현안과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정유라씨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12년형을 구형했다.

◆특검의 높은 구형에도 실형 반영 쉽지 않을 듯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형이 1심 선고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재판 진행상황으로 미뤄볼 때 실형이 선고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월부터 7월 초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데다 증인들을 통한 혐의 입증에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검이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던 '대통령 말씀자료'와 '안종범 수첩'에 대해 재판부는 36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수첩에 기재된 대화를 했다는 직접 진술 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며 "다만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자료들이 독대 당시 내용을 온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증언도 나왔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법정에서 "말씀자료는 비서실 등에서 취합한 참고자료이며 실제 독대에서 대통령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진술했다.

'부정한 청탁'과 ‘지원의 대가성’ 등 뇌물죄 핵심요건에 대해서도 입증하지 못했다. 일례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최순실이 삼성 합병을 얘기한 적 없다”며 특검의 주장을 뒤엎는 진술을 했다. 박 전 전무는 삼성의 뇌물죄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다.

이 부회장이 청탁을 위해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지시했다는 주장은 재판 초기부터 설득력을 잃었다. 지난 4월 14일 열린 제3차 공판에서는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이 부회장이 결정한 게 아니라는 조서가 공개됐다. 조서에 따르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을 대리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며 "이 부회장과는 중요 현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로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관계라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연루 기업과의 형평성 고려해야 
재판부 입장에서는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재판 결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재판과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의 경우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현 삼성전자 회장) 등 9명의 기업인에 대해 당시(1996년 1월) 검찰은 1~4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인은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기업들이 국가 권력에 대항할 수 없다는 점과 국가 경제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한 판결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국가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대한민국의 현 시스템 하에서는 어떤 기업이라도 삼성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결과만을 놓고 단죄하려고 한다면 자유로울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 선고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태이지만 대기업들의 그간 관행에 대해 엄벌하자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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