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번 달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얼마까지 대출 받을 수 있나요?"
대출 규제 강화 정책 등이 담긴 8·2 부동산 대책이 하루 만에 효력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창구는 쏟아지는 고객들의 문의에 응대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간발의 차로 대출 신청을 마치지 못한 고객들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출 수요자들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 나오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말까지 이주가 진행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아파트 인근 지점에서는 잔금 대출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 강남·송파 등 재건축 이슈가 있는 지역에서는 이번 규제의 세부 내용에 대한 상담이 많았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동산 대책 발표와 함께 시중은행장을 불러 "대출 쏠림현상이 없도록 금융회사 본점뿐 아니라 창구까지 리스크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하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주문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규제 강화가 실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중순까지 이른바 선(先)수요 대출이 몰릴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비한 대책이라지만, 다음 날 곧바로 변경 적용되는 가계대출 지침을 전달해 같은 은행이어도 지점에 따라 대출 안내가 달랐다.
각 은행은 창구 직원들에게 새로운 부동산대책과 관련한 내용을 숙지시키고 대출 고객들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창구에서는 제대로 업무 사항을 지시받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투기 지구로 지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영업점에 고객 상담 전화가 줄을 잇자 마포구의 한 시중은행에서는 아예 대출 상담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직장인이 몰리는 을지로 인근 은행에서는 점심이 지나서야 관련 지침을 전달받고 제대로 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6·19 대책 시행 이후 대출 상담만 받았던 고객들은 두 달도 되지 않아 더욱 강력해진 규제로 자금줄이 막혀 혼란을 겪고 있다. 아파트 등 부동산 계약 이후 잔금을 치를 때까지 두 달 정도 걸리는 데, 대출 신청이 2일까지 전산상 완료되지 않으면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험사들도 불안해하는 대출 수요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진땀을 뺐다. 보험사의 경우, LTV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해 은행보다 대출총액이 높은 데다 보험계약자의 경우 별도로 소득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출 수요가 몰렸다. 고객들은 보험 계약에 따라 대출 금리나 총액한도를 우대받을 수 있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자산운용수단이기 때문에 부동산담보대출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보험사들의 실질적인 대출집행금액이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상반된 표정이었다. 가계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이 중심인 저축은행의 경우, 혼란은 거의 없었다.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의 경우 LTV·DTI 비율을 적용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취급 비중이 높은 상호금융권은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다만,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창구 대란이나 민원 집중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대출 수요자 대부분이 8월에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나올 것임을 예상하면서 은행에서 필요할 경우 대출을 미리 받을 것을 권유했고, 고객들도 선제적으로 대출 심사를 거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