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규칙’으로 인한 리스크
‘거래는 성사되지 않아도 인의는 저버리지 않는다’라는 중국 속담은 해외 인수합병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거래가 성립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비용은 매입측에서 부담한다. 이는 중국의 전통관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만 이런 ‘역방향 위약금’은 최근 국제 인수합병의 추세로 자리잡았다. “2015년 일렉트로룩스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인수합병 건에서 반덤핑 심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렉트로룩스는 1억7500만 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했다.” 저우윈제(周雲傑) 하이얼(海爾)그룹 이사회 부주석 겸 총재는 기자에게 매수측이 이미 선포한 인수 거래를 완료하지 못하면 매도측에게 역방향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며 지난해 초 하이얼이 GE의 가전 업무를 인수할 때 이 사례를 교훈 삼아 이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해외 인수합병에서는 역방향 위약금같이 중국의 전통문화와 상업 규칙, 정책 환경과 ‘부딪치는’ 것들이 많다. 주최국의 정책, 법률 체계, 시장환경, 문화 관념, 환경보호 기준은 물론 지식재산권 보호, 노동 보호 등 규칙이 다르다. 이런 차이는 해외 인수합병에서 종종 리스크가 되어 잘 처리하지 못하면 외국 정부, 노동조합,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기관의 심사와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가오샤오위(高曉宇) 우쾅유써(五礦有色)주식유한공사 총경리는 광업은 해외 인수합병에서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은 현지 지역사회 주민의 이해를 얻어야 하고 인수합병 협상 때 했던 약속을 지켜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순조롭게 경영할 수 있다. 과거 중국 기업은 일은 많이 했는데 홍보를 적게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해외 인수합병과 경영을 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더 나은 사업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인수합병 문화에도 차이가 있다. 중국의 문화 관념으로 보면 낙찰받으면 인수합병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부 중국 기업은 해외 인수합병에서 낙찰을 받으면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기사를 냈다. 하지만 상대국의 규칙은 다르다. 낙찰 이후에도 일련의 절차가 있다. 가령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야하고 계약서를 써야 공식적으로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일부 인수합병은 사전에 소식이 유출돼 ‘낙찰 취소’ 되기도 한다.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리스크를 제거하려면 우선 적절한 인수합병 항목을 선택해야 한다. 첸리창은 “성공적인 인수합병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인수합병 항목을 ‘잘 이해하고, 매입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고, 쓸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인수합병은 ‘매입, 매입, 매입’이 아니며,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것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기술·브랜드·시장이 뛰어나야 하고, 큰 돈을 들여 ‘보기는 좋지만 쓸모 없는’ 항목을 구매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리스크를 대응책과 연결시켜야 한다.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대응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대응책이 선행됐다.
“우리는 GE 가전부문 인수합병 의향을 표했을 때 반덤핑 평가 보고서를 마친 상태였다. 일렉트로룩스의 인수 실패를 교훈삼아 발생할 수 있는 반덤핑 리스크에 대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때문에 인수합병 과정에서 전세계 반덤핑 조사는 매우 순조로웠고 전체 거래를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장추이메이(張翠美) 하이얼그룹 총 법률자문은 이렇게 말했다.
대응책은 어떻게 마련되는가? 일찌감치 해외로 진출한 중국자본 다국적기업은 자사의 글로벌 법률 플랫폼과 리스크 관리 플랫폼을 의식적으로 구축했다. 반면 해외 인수합병 경험이 전무하거나 조금 있는 기업의 경우 외부의 힘을 빌어 자산실사를 진행하는 것이 해외 인수합병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첸리창은 해외 인수합병을 진행할 때 외부 싱크탱크팀이 회사 인력보다 많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은 제품처럼 상대국의 문화와 언어, 법률 환경, 인수합병 절차 등을 천천히 배울 시간이 없다. 결정을 내린 다음 세부적인 인수합병 절차는 전문 컨설팅 회사 등 중개전문기관에게 맡겨야 한다.
해외 인수합병 시 대응책을 잘 마련해야 하지만 인수합병은 변화가 많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경쟁 상대, 시장 변화, 사회 문제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나타난다. 이 경우 대응책으로도 ‘막을 수가 없어’ 인수합병 방안을 빠르게 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가오샤오위 총경리는 우쾅의 해외 인수합병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2011년 우쾅은 외국의 한 구리광산을 인수하려고 입찰에 참여했다. 세계 최대 황금회사와 경쟁이 붙었고 그들은 우쾅보다 16%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다. “외부에서는 우쾅은 국유기업이기 때문에 입찰가를 높여서라도 경쟁 상대를 물리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는 잘 따져본 다음 수지타산이 맞지않자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예상 밖의 변수가 발생해 목표와 멀어지거나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면 과감하게 ‘노’라고 말하고 즉시 손실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첸리창은 해외 인수합병도 실패 문화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교과서’가 필요하다
해외 인수합병 실전 경험이 많아지면서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능력도 강해져 스스로도 발전했을 뿐 아니라 중국의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졌다.
“과거 해외 인수합병을 하면 인수된 기업은 중국 기업은 돈만 많다고만 생각하고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나중에 중국 기업의 연구개발력과 경영 상황, 브랜드 가치를 보고 인식이 바뀌었다.” 저우윈제는 하이얼이 GE 가전을 인수했을 때 입찰가가 경쟁자 중에서 중하 수준이었지만 인수에 성공한 것은 GE가 하이얼의 브랜드를 인정하고 하이얼의 다국적 운영 능력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의 다국적기업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이고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이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중국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을 진행할 때 전문 싱크탱크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후장윈(胡江雲)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대외경제연구부 제1연구실 주임은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많은 발전을 거뒀지만 전문적인 제3자 중개기관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업계 협회가 기업 해외진출의 전문 참모가 되어 기업이 투자와 인수합병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많은 기회를 얻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후장윈은 업계 협회는 국내외 기업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국의 업계 협회와 연맹을 맺어 서로 인증하면 협회 회원 기업의 신용을 훨씬 잘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이 단독으로 해외진출하는 것보다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일본, 독일 등에서는 협회가 다국적기업 발전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