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연일 강행군의 연속이다. 가장 큰 산이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며 한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증세 논쟁이 점화돼 다시 국회 설득작업에 나서야 할 처지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2일 내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이 증세 쪽으로 가닥을 잡은 탓에 정치권은 또다시 증세 프레임을 놓고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증세는 추경과 달리 절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추경의 경우 단기 재원조달 성격이어서 ‘골든타임’에 맞추기 위한 합의점 도출이 가능하다. 이번 추경도 야당에서 제기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일부를 수용하고, 고용노동부 장관도 교체하며 청와대와 여당이 절충안을 찾았다.
그러나 증세는 다르다. 역대 정부에서도 수차례 논란을 거듭했던 법인세 인상이나 부자 증세는 합의점을 찾기가 녹록지 않다. 추경 통과를 위해 야당 당사를 찾아 두 차례 '읍소'를 했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김 부총리도 이런 부분에 고민이 많다. 특히 취임 초기부터 증세에 상당히 조심했던 김 부총리가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김 부총리는 지난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재정당국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있으니 같이 얘기해보는 걸로 하자”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자들 서너분이 법인세, 소득세에 대한 증세와 관련,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며 “취지는 동감하는데 시기적으로 국정과제나 경제정책 방향을 국민이 알고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정부 부처에서도 증세 문제가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 부총리 스스로 증세 설득작업을 강력히 밀고 나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소야대 이후 첫 세법개정안 및 예산안 통과의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둘 다 법정시한을 넘기면 정책적 부침도 커질 수 있다. 김 부총리가 매번 야당에 읍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정부는 세법개정안 발표 후, 곧 이어 내년 예산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는 지난 2012년에 예산안을 이듬해 1월 1일 오전 6시 5분께 처리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기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2013년에도 이듬해 1월 1일 오전 5시 15분에야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제야의 종 타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14년 처음으로 국회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지켰는데,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자동상정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실상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해 정치권 다짐은 공염불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초기에 부총리 역할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추경 통과도 진통을 겪었지만, 세법과 예산안의 정치권 대립각이 더 크다. 부총리가 얼마나 슬기롭게 위기를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