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美 통신시장 재편에 '투트랙' 대응

2017-07-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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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사진=한준호 기자) 


소프트뱅크 산하 미국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가 미국 케이블TV 컴캐스트와 차터커뮤니케이션을 상대로 제휴 협상에 들어가자 소프트뱅크 주식이 24일 주말대비 0.6% 오른 9283엔(약 9만30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 주식의 상승이 미국 이동통신 업체 T모바일과의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케이블TV 업체와 제휴를 우선 추진하는 전략이 시장에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자회사 스프린트가 보유한 미국 전역의 통신망을 활용해 케이블TV 컴캐스트와 차터커뮤니케이션 가입자에게 저렴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면서 T모바일과 경영통합을 시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5G 투자 위해 총알이 필요한 스프린트... T모바일과 케이블TV 협상 투트랙 전략  

스프린트는 지난 2013년 소프트뱅크가 20조원을 투입해 인수했으며, 가입자 수는 2016년말 현재 5600만명이다. 지난해 미국 통신시장 점유율 3위에서 4위로 순위가 떨어지면서 인수합병(M&A) 추진에 불이 붙었다. 

스프린트가 협상을 추진하는 컴캐스트는 유료 가입회원을 2300만명, 차터커뮤니케이션은 1700만명 보유한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로 양사는 지난 5월부터 제휴를 시작했다. 스프린트는 이들 업체에 자사 회선을 대여해 사용료를 받으며 수익을 올린 뒤, 2020년 본격화되는 차세대 이동통신 5G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인터넷과 방송, 이동통신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업계 장벽을 뛰어 넘는 융합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스프린트는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노리는 컴캐스트와 차터를 끌어들여 업계 재편을 촉진하고, 시장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T모바일 (사진=한준호 기자) 



스프린트는 이번 제휴 협상과 별도로 3위 이동통신사 T모바일과의 협상도 추진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컴캐스트, 차터와 같은 케이블TV업체와 협상에 성공할 경우 T모바일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4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T모바일을 인수하기로 일단 합의했지만,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물거품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규제완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다시한번 T모바일을 인수할 기회가 왔다고 보고 있다.

◆ 손정의, 미국 통신시장 재편 움직임... 2强 2弱은 막아야  

미국 통신시장은 1위 사업자 버라이즌과 2위 업체 AT&T가 잇따라 미디어 기업을 인수하면서 이종업계 간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버라이즌은 야후의 인터넷 사업을 인수했으며, AT&T는 최대 미디어업체 타임워너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850억 달러(약 100조원)를 투입했다.

그동안 스프린트는 통신망 품질 개선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했지만, 미국 이동통신 시장이 버라이즌과 AT&T 2강과 T모바일-스프린트라는 2약으로 재편되는 상황만은 막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단계에 접어 들었으며, 버라이즌의 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통신시장이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지만, 소프트뱅크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스프린트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사진제공=손정의육영재단) 


손정의 사장은 지난 5월 스프린트를 살리기 위해 T모바일에 경영 통합을 타진했으며, 스프린트와 T모바일이 통합되면 가장 빠른 기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손 사장은 T모바일과의 통합만으로는 버라이즌과 AT&T를 넘어 설 수 없다고 판단, 컴캐스트와 차터와 같은 케이블TV 업체와 동시 다발로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다.

손 사장은 최근 컴캐스트 등 케이블TV 업체가 휴대전화 전용으로 활용 가능한 주파수를 취득해 향후 통신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으며, 미국 통신업계 재편이 본격화되기 전에 스스로 제휴 제안을 추진해 경쟁업체의 영토 확장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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