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이 공개한 이메일에 미국 정가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기간 러시아와의 내통설을 해명하기 위해 이메일을 공개했으나, 오히려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 러시아 정부 변호사인 줄알고 만나"··· 현지 언론 "내통의혹의 결정적 증거"
이에 트럼프 주니어는 베셀니츠카야와의 회동에 앞서 주선자의 대리인인 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이메일을 공개했다. CNN은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여름 "클린턴을 저격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고급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그가 "러시아 정부의 변호사라고 믿은" 인사를 만난 것이 드러났다고 11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이메일 내용 중 골드스톤이 "이같은 민감한 정보는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환"이라고 언급한 것과 "힐러리를 난관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신 아버지에게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주니어의 해명처럼 어떠한 정보도 취득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에게 불리한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러시아 인사를 만났다는 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맡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건넸다며 이번에 공개한 이메일은 되레 트럼프 대선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결탁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폴 버틀러 조지타운 로스쿨 교수 역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트럼프와 러시아 내통설의) 결정적 증거를 얻게 됐다"며 "(선거 운동 중) 해외 국적자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는 연방법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아들은 투명한 사람"…민주당 반역죄 공세 강화
이같은 이메일 공개에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아들에 대한 옹호에 나섰다.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이메일 공개와 관련해 "아들의 투명성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으며, 아들은 "수준 높은 사람"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이메일 사건을 트럼프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팀 케인 버지니아 상원의원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인 의원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수사는 사법 방해뿐만 아니라 위증과 허위진술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하며 반역죄 여부에 대해서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한 해임에 따른 사법 방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러시아 스캔들'의 수사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세스 몰턴 민주당 하원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이런 게 반역행위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것이 반역이라고 하는 것이냐"라면서 비판했다. 상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캠프의 최고위층 관리들은 러시아가 트럼프를 도우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환영했다"라고 비난했다.
자신의 이메일 공개로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주니어는 11일 폭스뉴스의 뉴스쇼 '해니티'에 출연해 러시아 유착설에 대한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러시아 변호사 베셀니츠카야와 회동 전후에 아버지에게 이를 말했느냐는 진행자 숀 해니티의 질문에 "아니다. (만남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말할 게 없었다"며 "그야말로 낭비한 부끄러운 20분이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