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기자 =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추가경정예산안 본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야3당이 모두 불참했다.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의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막말에 대한 반발로 추경 심사를 거부하고 있다. 정국을 풀 남은 카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7일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잡은 오찬 회동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성사 여부를 장담하긴 어렵다.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것은 지난 6월 7일, 이날로 꼭 한 달째를 맞았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정국으로 추경안은 예결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상임위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백 위원장은 "다른 정치일정과 묶여 추경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면서 '반쪽짜리' 회의지만 국세수입 관련 질의에 국한해 이날 질의를 진행했다.
민주당의 예결위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일부 야당이 추경 심사를 장관의 인사 검증과 연계시키고 있는데, 인사 검증과 추경 심의는 분명히 별개 사안"이라며 "인사 검증은 검증대로 하면서 추경은 추경대로 심사하는 것이 국회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보수야당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앞서 추경에 대해 국가재정법 위반, 공무원 증원 반대 등을 이유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심사에는 협조하겠다던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곤 교육부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한국당과 함께 추경 관련 상임위 활동을 모두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예결위 회의 등 심사에는 참여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추미애 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
추 대표는 같은 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에 대한 국민의당 제보 조작과 관련, "진상조사라고 당 자체적으로 했는데 결과는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다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비난했다. "실제로는 더 큰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도 덧붙였다.
김동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통해 "민주당과 추 대표가 사퇴, 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우리는 오늘 이후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잡혀있었던 이낙연 국무총리와 원내지도부 간 만찬도 취소했다.
이로써 보수정당 두 곳과 국민의당까지 야3당이 모두 국회 일정 거부에 나서면서 국회 시계가 멈췄다. 추경의 내용이나 심사절차의 문제제기가 아닌, 내각 인상와 여당 대표의 공격이 추경 심사의 발목을 잡았다.
7일에는 정세균 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 간 오찬 회동이 예정돼 있다. 이 회동이 정국의 향방을 결정하는 마지노선이 될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 의장은 상임위가 예·결산안을 심사기일 내 심사를 마치지 못했어도 예결위에 바로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이 여야 합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만큼, 회동에서 정국을 풀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