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미 기자 = 올해 들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난민이 이탈리아로 몰리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들이 유입되는 항구를 폐쇄하겠다고 경고했고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에서 넘어오는 난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병력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난민 유입이 급증하는 여름에 들어서면서 유럽에서 또 다시 난민 수용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가디언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이주기구(IOM)은 올해 들어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서 유럽으로 들어간 난민이 10만1000여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2150명은 지중해에서 사고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의 난민 급증은 도미노 효과를 낳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로 너무 많은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와 맞댄 국경에 병력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한스 페터 도스코질 오스트리아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일간 크로넨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잇는 알프스 산맥의 브렌네르 고개(Brenner Pass)에 750여 명의 군인과 4대의 장갑차를 배치해 국경을 통제하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헝가리나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은 통제하지만 나머지 국가들과의 국경은 EU의 솅겐조약에 따라 개방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난민 분산 수용을 촉구한지 며칠 만에 오스트리아가 난민 분산에 난색을 표하자 이탈리아는 발끈했다. 마르코 민티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4일 성명을 통해 "불공정하고 전례없는 조처"라면서 "즉각 수정되지 않으면 양국의 안보 협력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주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대사를 초치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민자와 난민 문제는 EU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로 꼽힌다. 특히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는 12개월 안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권에서 난민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진단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몰려드는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는 이탈리아를 돕기 위한 실행계획 마련에 분주하다. 초안에서는 △리비아가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밀입국 브로커를 단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탈리아가 부적격 난민들을 본국에 송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말리나 니제르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하여 이민 유입을 제한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위해 오는 6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는 EU 내무장관들이 만나고, 같은 날 로마에서는 EU와 아프리카 외무장관들이 회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