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산업의 대표주자는 ‘편의점’이다. 지난 1989년 5월 세븐일레븐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에 국내 1호점을 연 것이 시초다. 2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편의점 공화국’으로 불려도 될 정도로 숫자가 많다. 지난해 말 현재 5대 프랜차이즈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위드미·미니스톱) 수만 3만3000개를 넘어섰다.
편의점의 진화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음료와 과자 위주의 단순했던 상품이 이제는 원두커피와 치킨, 고급 도시락, 택배서비스로까지 다양해졌다. 현금 입출금과 계좌 이체 서비스 이용도 가능하다. 여름철 보양식도 판다. 한마디로 ‘생활 플랫폼’이 됐다. 이제 편의점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곤란할 정도다.
광활한 땅을 가진 중국의 편의점 산업은 어떨까. 눈에 띄는 건 가파른 성장 속도다. 중국 도소매시장에서 유일하게 빠르게 성장하는 오프라인 시장이다. 전자상거래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대형 매장이나 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도소매상의 입지가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소매업계는 물론 알리바바(阿里巴巴)와 징둥(京東) 등 온라인 선두기업들마저 편의점 산업에 진출하고 있어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프랜차이즈협회(CCFA)가 최근 발표한 ‘2017 중국 편의점 발전보고’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중국 내 편의점 브랜드는 260개가 넘는다. 편의점 점포수는 약 9만8000개로 2015년의 9만1000개에 비해 7.7% 증가했다.
중국 편의점 산업의 2016년 매출액은 1334억 위안(약 22조4000억원)으로 2015년의 1181억 위안(약 19조8000억원)에 비해 13% 늘었다. 점포 1개당 일평균 매출액은 3714위안(약 6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중국 편의점 산업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크다. 초기 투자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성숙기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짧고, 정부의 장려정책에 힘입어 다른 업종에 비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높은 창업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1, 2선 도시다. 1인 가구인 ‘나홀로 가구’가 1, 2선 도시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들 도시에서의 편의점 산업 성장을 뒷받침한다. 광둥(廣東), 저장(浙江), 상하이(上海), 장쑤(江蘇) 등 대도시 지역에는 편의점이 집중돼 있다. 구매력이 상승한 3, 4선 도시에서도 편의점 산업이 성장할 소지는 크다.
현재 중국 시장점유율 1위 프랜차이즈 편의점 브랜드는 ‘메이이자(美宜佳)’다. 광둥지역 둥광(东莞)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점포수가 1만개를 돌파해 19.6%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뒤를 7.3%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톈푸(天福)’가 좇고 있다.
중국 내 편의점 산업의 특징은 지역별로 발전 속도가 크게 차이난다는 점이다. 1선 도시 중 상하이(上海)와 선전(深圳) 지역은 편의점 산업의 발전 수준이 비교적 높은 반면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 지역의 발전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 편의점 산업 발전 수준에 도시별로도 큰 격차가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남방 연해지역의 편의점 산업은 급격한 발전을 이룬 반면 시베이(西北)와 시난(西南) 등 내륙지역의 발전은 낙후된 상태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의 지역적 분포도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남방지역이 북방지역에 비해 현저히 높다. 24시 편의점의 비율이 50%를 초과한 도시 중 남방지역에 위치한 도시는 76.9%로 절대적 우위를 보인다. 이는 남·북방 지역 소비자의 생활습관 차이와 기후·영향 등의 요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프랜차이즈협회가 조사해서 발표하는 자료 중에 ‘중국 도시 편의점 지수’라는 게 있다. 한마디로 도시별로 편의점을 이용하기가 얼마나 편한지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다. 중국의 그 많은 도시 중에서 1위는 어느 도시일까. ‘선전’이다. 선전은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생활 플랫폼’이 모세혈관처럼 잘 분포된 선전시를 ‘중국에서 가장 편리한 도시’로 평가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1선 도시인 선전은 편의점 점포 보유량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점포 증가율도 높다. 중국프랜차이즈협회 통계에 따르면 선전의 2016년 편의점 점포 증가율은 25%에 달했다.
중국프랜차이즈협회가 발표하는 편의점 지수는 종합적인 지표로서의 가치가 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점포 보유량, 신규 점포 증가율, 24시 편의점 비율 및 정책 지원 강도 등 핵심수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총 점수=(편의점 증가율 점수×30%)+(편의점 보유량 점수×40%)+(24시 편의점 점수×10%)+(지원강도 점수×20%)'다.
중국 내 외국계 편의점으로는 일본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점포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3대 편의점 브랜드인 ‘7-11(Seven Eleven)’, ‘Family Mart’, ‘Lawson’이 그것이다. 이들 세 브랜드가 중국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점포수는 2016년 말 기준으로 각각 2270개, 1772개, 851개다.
7-11(베이징)유한공사 행정본부 우멍(吴萌) 본부장은 “현재 7-11의 핵심 임무는 점포 확장이며, 1~2년을 주기로 새로운 도시에서 점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지역에서만 연평균 점포 30~40개를 신규로 늘릴 계획이며,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발전 속도를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Family Mart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점포수를 7500개로 늘리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2024년에는 1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통적인 소매업계 선두 기업들도 편의점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중바이(中百)그룹, 톈홍상창(天虹商場), 융후이마트(永輝超市, 회원 체인점), 쑤닝윈상 (蘇寧雲商), 부부까오(步步高, iBBG 편의점 연맹), 이야퉁(怡亞通), 순펑(順豊) 등 전통 소매업계의 기업들이 편의점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코트라 칭다오무역관 이맹맹 조사관은 “전통적인 소매업계 기업들은 비록 편의점 산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상품의 공급사슬, 물류망, 고객자원 등이 구비돼 있는데다 편의점 산업형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여 시간이 흐르면 현재 우위에 있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능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선두 기업들도 편의점 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나섰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편의점 산업을 중점 발전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월, 알리바바는 ‘콰이커(快客)’ 편의점과 ‘롄화(聯華)’ 마트를 포함해 4800개 정도의 오프라인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중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한 곳인 바이롄(百聯)그룹과 전략적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마윈 회장은 “2017년은 알리바바 신소매의 원년”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도 편의점 산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4월, 징둥그룹 류창둥 이사장 겸 CEO는 중국에 100만개 편의점을 세우겠다는 ‘징둥 백만 편의점’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징둥은 앞으로 5년간 중국에서 100만개의 징둥 편의점을 세울 예정이며, 그중 절반은 농촌지역에서 오픈할 계획이다.
중국 편의점 산업이 이처럼 빠른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건 대형마트나 백화점, 쇼핑센터 등에서는 얻을 수 없는 ‘편리성’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편의점이 온라인 전자상거래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자상거래 산업에 경쟁적이거나 위협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자상거래와 협력해 라스트 킬로미터(Last Kilometer, 最后一公里, 물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단계)의 물류배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쇼핑몰에서 물품 수취 및 배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나아가 상품 판매에만 의존하는 대형 매장과는 달리, 의류수거 서비스와 택배 서비스, 교통카드 충전 등 생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의 편의점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편의점 산업의 발전은 도시의 발전 속도와 궤를 같이한다. 중국의 도시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임을 감안하면 편의점 산업도 상당기간 고속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편의점은 이제 ‘생활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편의점 산업의 운명은 생활 서비스 내용을 어떻게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온라인-오프라인의 진정한 결합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