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오는 30일 총파업...문재인정부 딜레마

2017-06-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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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민주노총 정책 간담회에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넷째)과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대행(왼쪽에서 다섯째)이 악수를 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주진 기자 =민주노총이 오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면서 청와대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파업 요구로 내세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보장 등은 모두 휘발성이 큰 노동 이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 영양사, 사서, 전문상담사, 행정실무사 등으로 일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만원행동)', 공공비정규직노조, 화물연대 등이 이번 총파업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막을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나 충분한 시간을 거친 물밑 작업 없이 노동계의 민감한 이슈를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민노총의 파업으로 청와대의 사회적 갈등 관리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사회적 갈등 요소가 다분한 노동 이슈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정권 초반 100일 성패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총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노동계에 ‘1년만 기다려 달라’고 속도 조절을 당부했고, 일자리위원회도 23일 민노총 지도부를 만나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뢰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물론 사용자 측과도 실무 소통 창구를 구축하기로 했다.

민노총은 소통 창구 구축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보이면서도 총파업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방미 동행도 총파업을 이유로 거절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옥중 서신을 통해 "사회적 총파업은 일부의 우려처럼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다. 광장의 촛불을 이어받은 내 삶을 바꾸는 투쟁이고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개혁추진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라며 "총파업은 일부의 우려처럼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다"라고 총파업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민노총의 강경 기조는 향후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계의 기조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난감한 분위기가 읽혀진다.

청와대가 이처럼 총파업 예고에 신경을 쓰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방미를 목전에 두고 대대적인 파업 사태를 맞닥뜨린 참여정부 초기와 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3년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당시 4월에는 철도노조와 화물연대가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각각 두 차례씩 총파업을 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화물연대와 철도노조의 1차 파업 때는 '솜방망이 대응'이란 비난을 들으면서도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으나 2차 파업 때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노동계 등 진보진영의 높은 개혁 요구가 오히려 정부의 발목을 잡아 출범 초기 개혁 역량을 손상시킨 면이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의 요구가 이미 대선 공약에 반영돼 시간을 두고 추진하려 하는 상황에서 정권이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의 총파업은 명분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정무적·정책적 판단의 근거로 내세우는 '국민의 눈높이'도 대응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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