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중국이 14년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19일 홈페이지에 '미국쇠고기수입 검역요구에 대한 공고'를 발표하고 20일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켰던 중국이 14년 만에 빗장을 푼 것이다.
그러던 중국이 전격적으로 쇠고기시장을 개방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했던 약속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해나가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했다. 당초 양국 고위급간의 경제무역 협상에서 수입재개 시점으로 잡았던 7월16일에 비해 1개월가량 앞당겨 시장을 개방한 것도 시 주석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질검총국은 공고를 통해 중국국가인증인가감독관리위원회(CNCA)에 등록된 육류업체가 생산 판매한 것으로 원산지 추적이 가능한 증빙서류를 갖춰야 중국수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수입이 허용되는 쇠고기는 30개월령 이하로 쇄육, 기계분리육, 편도선 부위 등은 제외된다. 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돼 미국에서 도축 과정을 거친 것도 수입이 허용된다. 다만 광우병 확진, 또는 의심 판정을 받았던 소의 후세,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정의한 광우병 소와 같은 종은 수입이 불허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2년 쇠고기 수입액이 2억7500만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25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쇠고기 시장 성장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다만 중국 소비자들이 그간 수입 규제가 없는 홍콩을 통해 편법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소비해왔던 만큼 수입 빗장이 풀리더라도 쇠고기 수입량이 급격히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회색시장을 통해 중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연간 3억4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중국의 수입 쇠고기 시장 최강자는 값싼 고기를 수출하는 브라질로, 전체 시장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우루과이(27%)와 호주(19%), 뉴질랜드(12%)가 그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