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9일 문 특보에게 "이같은 발언이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중하게 전달했다고 밝혔고, 미국도 문 특보의 사견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 회담을 위해 조심스런 분위기다.
이날 취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당장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준비도 벅차지만 문 특보의 발언 등으로 껄끄러워진 미국과의 상황 조율과 함께 관련 파문이 확산되는 것도 막아야 할 상황이다.
당장 강 장관은 틸러슨 장관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강 신임 장관은 이날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어제 임명장을 받자마자 1차 점검을 했다"며 "한미 정상회담 준비가 급선무인 만큼 매일 계속 챙겨볼 것이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과도 통화시간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이전에 한미 외교 수장의 만남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장관이 일정을 이유로 어렵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청와대는 미국 공화당 중진 의원인 존 메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홀대로 지난달 예정됐던 방한 계획을 취소했다는 일본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고 부인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매케인 상원의원을 우선으로 잡아서 28일이 일요일인데도 점심을 비웠다"며 "오찬을 하기로 했는데 그쪽에서 어렵다고 다시 수요일로 일정 조율을 다시 하고 있는 과정에서 (메케인 의원이) 한국 방문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끝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워싱턴 내부에서는 한국의 한미 동맹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열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회의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연 논란에 대해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문 특보가 '사견'이라고 밝힌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와 중단은 중국이 미국에 주장해온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같은 맥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백악관의 의심의 눈초리는 더해졌다.
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 지연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논평하기 적합치 않다"며 말을 아꼈고, 문 특보의 발언과 관련해선 "특보 개인의 의견을 전제로 한 얘기로 안다"며 "특보의 개인적 사정이고,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 격노 언론보도와 관련해 "우리가 사드를 보류하는 것 같은 뉘앙스로 보도가 됐고, 그것을 보고 미국 측에서 반응이 언짢았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뒤에 여러 라인을 통해 설명을 드렸고, 오해가 풀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 측에서 일단 청와대의 입장을 믿으려는 하겠지만 우리로서는 정상회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 것만은 사실"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졌음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