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한국은행의 '청와대 눈치보기' 탓에 부총재 자리가 당분간 공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총재 임기가 이번주에 끝나지만 후임 인선 작업을 시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몇 달 전부터 차기 부총재 하마평이 돌며 신임 부총재 인선이 제 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정부 장·차관 인선에 우선순위가 밀렸다.
한은법에서는 총재가 부총재를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은 부총재는 한은 내부 출신이 줄곧 맡아온 데다가 선임 과정도 한은의 자율에 맡긴다.
그러나 대통령 임명직인 관계상 원만한 진행을 위해 미리 청와대와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부총재 인선이 오리무중인 이유 역시 문재인 정부 내각의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수석실 실무 담당 행장관 등이 공백인 상태인 데다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 더 시급한 인사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부총재 선임을 촉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여전히 완전한 의미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부총재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없어 금융권에서는 장 부총재의 연임보다 새로운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처리해야 하는 '숨은' 업무가 많은 만큼 이번 공백으로 조직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오는 7, 8월 열리는 금통위에서도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 통화정책 관련 현안이 집중된 상황이지만 부총재 없는 6인 체재로 진행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 부총재는 단순히 한은의 2인자나 금통위원 중 하나가 아니라 중앙은행의 인사‧경영 등 내부 살림살이를 도맡고, 금융위원회·거시경제금융회의 등에 참석해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라며 "한은 부총재 인선 작업을 서두르기에는 금융위원회와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데다가 이 총재와 한은이 무리하게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