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 정부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지 1년 만에 유럽연합(EU) 측과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다양한 의제 가운데 특히 EU 와 영국이 어떤 형태의 경제 모델을 구축할지 관심이 쏠린다.
◆ 무역 관계 재설정에 무게...노르웨이·캐나다·스위스 등 주목
일단 '노르웨이'와 '스위스' 모델이 물망에 오른다. 이들 국가는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과 함께 EU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을 맺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관세 없이 무역을 하는 대신 EU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EU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EU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한다.
스위스는 EFTA를 포함해 EU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120개 이상의 다양한 협약을 맺고 있다. 솅겐 조약 가입국으로서 국경에서의 검문 폐지·여권 검사 면제 등에 따라 국민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다만 영국 경제의 80%를 떠받치고 있는 금융·서비스 분야에는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공산품 관세 철폐 등을 중심으로 EU와 포괄적 경제 무역 협정(CETA)를 맺고 있는 '캐나다 모델'도 방안이 될 수 있다. CETA 협정에 따라 EU는 오는 2023년까지 캐나다에 수출하는 농산물 및 식품 92%에 대한 관세를 면제받는다.
이밖에 EU 가입을 앞두고 EU와 관세 동맹을 맺고 있는 '터키 모델', 자체적인 자유무역정책을 통해 수입 또는 수출 관계를 부과하지 않는 '싱가포르·홍콩 모델'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 EU는 '노르웨이 모델' 주장...영국 '하드 브렉시트'에 충돌 양상
EU 협상단 측에서도 일단 '노르웨이 모델'로 영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EU 단일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역·관세 등에 부담이 적고 EU 분담금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국 정부가 사실상 하드 브렉시트(EU와 완전 결별)를 강조하고 있어 양측에 온도차가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글로벌 퓨처의 거넥 배인스 최고경영자(CEO)는 "노동당을 지지한 다수 유권자들은 노르웨이나 스위스처럼 EU 단일 시장에 머무르는 개방적이고 외향적인 국가를 원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이민자 문제를 앞세워 단일 시장과 관세 동맹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르면 EU를 탈퇴하려는 국가가 탈퇴 의사를 공식화한 시점부터 최초 협상 기한이 2년으로 설정된다. 영국이 지난 3월 29일 EU 탈퇴를 공식화한 만큼 일단 1차 협상 기간은 2019년 3월 28일까지 정해진 상태다. 27개 EU 회원국의 동의를 얻으면 협상 기한을 연장할 수 있지만 카운트다운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EU와 영국 협상단은 앞으로 ▲ EU 내 영국민와 영국 내 EU 회원국 국민의 지위 ▲ 영국의 EU 분담금 납부 여부 ▲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북아일랜드의 국경 문제 등 민감한 의제를 중심으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 개시일인 19일(현지시간)에는 향후 일정을 공유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