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웜비어 송환에 미국 충격...대북정책 수위 조정에 영향줄까

2017-06-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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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료진 "웜비어 뇌 손상 심각...식물인간 상태"

미국 내 북한 비난 여론...'북한여행 금지령' 나올 수도

한미 정상회담 의제 변화 여부에도 주목되는 중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사진 왼쪽)가 13일(현지시간) 들것에 실려 고향인 신시내티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둘러 싸고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 수위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 "웜비어 뇌손상 심각"...미국 사회 충격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15일(이날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웜비어가 입원해 있는 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주립대병원의 신경과 전문의 대니얼 캔터 박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보조장치 없이 스스로 숨을 쉬고 심장 등 장기들이 정상 기능을 하고 있지만 외부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적 용어로는 '깨어있지만 반응하지 않은 상태(state of unresponsive wakefulness)'로, 그동안 이른바 '식물인간'으로 표현돼 왔던 상태라는 것이다.

캔터 박사는 또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심각한 뇌 조직 손상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런 현상은 뇌로 혈류와 산소공급이 차단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음식물 속 세균 독소가 신경계에 침범하여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에 걸렸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후 이 질환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보툴리누스 중독증의 증거는 물론 신체 학대나 골절상의 흔적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향후 웜비어의 상태가 호전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은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여행 금지령' 계기될까...대북 정책 수위 주목

미국 내 북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북한여행 금지령'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즈니스 스탠다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서방국가에서 북한을 찾는 연간 여행객 5000여 명 가운데 미국인은 약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북한여행을 허용해왔지만 최소 3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고 미국 시민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이상 북한여행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에서도 북한여행금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론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분노를 표한 만큼 향후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보인다. 미 종합 시사지 애틀란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밤 웜비어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슬픔을 표시하면서 웜비어의 송환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워싱턴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며 강력한 대북 정책을 예고했다. 특히 레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기업까지 제재 부과)'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대북 정책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외신들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여 앞둔 시점인 만큼 웜비어의 송환이 양국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15년형을 받고 18개월 동안 머물던 웜비어가 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송환됐다"며 "양국 정상의 대북정책 관련 입장에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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