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정치권이 방송사 사장 교체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 KBS 노조가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KBS 사원 88%가 고대영 KBS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도 '김장겸 사장 등 'MBC 파괴'의 주범들도 이제는 퇴진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지상파 방송사의 사장 퇴진 요구가 번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여론에 KBS 경영진은 "근거도 없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퇴진 이슈를 계속 끌고 가서 사장 퇴진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뀐다면 방송법에서 정한 3년 임기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14일에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사장·이사회 퇴진 투쟁 선포식'을 개최했다.
MBC 노조 역시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28명이 '방송을 막고 PD들을 모욕한 경영진은 MBC를 떠나라!'는 성명을 내고 김장겸 사장과 김도인 본부장 등 경영진과 관련된 전·현직 보직 간부들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보도부문 공채기수들 및 각 기수 기자들도 기수별로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MBC 노동조합 및 방송사 관계자들은 아주경제에 공식적인 언급을 조심스러워 했지만 사장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국민의 의견 역시 현 공영방송 사장의 퇴진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앞서 설문조사기관 리서치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7%가 KBS·MBC 사장과 이사진 거취에 대한 질문에 “공영방송 위상회복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방송법에 규정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현재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조준희 YTN 사장만 자진해서 사퇴했을 뿐,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의 사장이나 이사진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장 퇴진이나 경영진 교체에 대한 논쟁이 되풀이돼 왔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논리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재정 상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사장이 되든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어려워진 지상파 3사의 경영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