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삼성전자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은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로고의 경제학'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실제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LG전자, 중국 ‘ZTE’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 제품의 현지화 등을 목적으로 이런 전략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8 일본 출격...‘유종의 미’ 거둔다
삼성전자는 8일 일본 1·2위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KDDI를 통해 갤럭시S8 시리즈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전세계 150여개국에 갤럭시S8 시리즈를 모두 선보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일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갤럭시S8 시리즈의 전후면에 'SAMSUNG' 로고까지 뺐다.
일각에서는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은 소니 등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들이 과거 ‘세계일류’로 평가받은 데 대한 긍지가 크다”며 “이로 인해 일본 시장은 ‘외산 전자제품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공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외한 외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51.3%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시장은 소니(13.5%), 후지쯔(5.9%), 샤프(4.1%) 등 일본 업체들이 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디자인 강화와 현지 정서를 고려해 2015년 ‘갤럭시S6 시리즈’를 시작으로 일본에 출시되는 모든 제품에는 자사의 로고를 넣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일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전년대비 반토막 나면서 자사 스마트폰에 로고를 넣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2년 14.8%에서 2013년 10.7%, 2014년 5.6%, 2015년 4.3%, 지난해 3.4%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므론OMRON)과 협업한 일본어 전용 입력기 탑재 등 갤럭시S8 시리즈의 현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은 만큼 일본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강조했다.
◆'로고의 경제학'... 브랜드 강화 등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 시도
이같은 전략은 삼성전자 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주로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 제품의 현지화 등을 위해서다.
일례로 LG전자는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시한 고가의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에 ‘LG’ 로고를 뺐다. 시그니처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에서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당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은 “기존 가전제품과 공략하는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LG를 브랜드명에서 뺀 것”이라며 “차별화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업체들은 ‘질이 낮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이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 제조사 ‘ZTE’는 자체 브랜드가 아닌 캐릭터 등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ZTE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라인 프렌즈 스마트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일부 부도덕한 업체들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로고를 숨기기도 한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유발했던 '옥시 레킷벤키저 코리아’는 기업명 노출을 회피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이 화사는 자사 제품의 TV광고 화면에서 옥시 로고가 뺐으며, 심지어 사명을 RB코리아로 바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