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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불꽃같이 살다간 중견 배우 故 김영애가 세상을 떠난지 50여일이 됐다. 췌장암이라는 병으로 긴 투병을 이어가던 중 지난 4월 9일 끝내 별세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났던 그날, 연예계는 큰 슬픔에 빠졌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연기 인생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그의 연기 인생을 곱씹던 많은 후배, 동료 연기자들은 누구도 감히 따라갈 수 없었던 그의 열정에 고개를 숙였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당시 많은 이들은 2009년 영화 ‘애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깊은 인연을 이어가던 배우 최강희의 애도글에 뭉클함을 느꼈다. 슬픔을 꾹꾹 눌러 담아낸 그의 애도글에는 故 김영애를 보내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추리의 여왕’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만난 최강희에게 조심스럽게 김영애와의 인연과 당시의 이야기를 물어봤다. 질문을 예감이라도 했던 듯 그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옅은 미소를 띄었다.
“사실 제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선생님을 기쁘게 보내드렸어요. 정말”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선생님과의 작별은 이미 한 상태였어요. 사실 예상보다 더 삶을 사셨던 상황이었고, 선물처럼 그 시간들을 보내고 계셨죠. ‘애자’에서는 이별을 했을지 몰라도요”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정말 불안했어요. 제가 알기론 선생님께서 영화 ‘판도라’를 찍고 계셨을 때부터 상황이 좋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녹음도 다 앞당기셨죠. 많은 스탭들과 배우 분들이 선생님의 상황을 알고 계셨지만 말을 아예 안하셨죠. 선생님께서도 언론에 알려지는 걸 원하시지 않으셨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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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영화 '애자']
“그렇게 선물 같은 시간을 더 보내고 계셨을 때 제가 MBC ‘화려한 유혹’에 출연하고 있었고, 그때 중간에 시간을 내서 선생님을 만나 예배를 드렸어요. 그때 이미 느낌이 왔죠. 지금 돌아가셔도 여기보다는 더 행복하시겠다고요. 그런데 이후에도 드라마를 더 하신다고 했 때는 ‘김영애 선생님 답다’라고 생각했어요. 더 오래 사시기로 했는데 많이 못 뵀죠. 그게 아쉽긴해요. 하지만 이제는 정말 완벽하게 기뻐요.”
그러면서 최강희는 따뜻했던 고인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화려한 유혹’ 때 제가 연기를 되게 못했었거든요. 그때 제 연기를 보시고 선생님께서 전화가 오시더니 ‘나한테 와서 연기를 배워’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땐 고맙습니다라고만 하고 가지 않았어요. 어떻게 제가 가서 연기를 배우겠어요.(웃음) 선생님께서 ‘힘들지? 엄마가 도울 수도 있어’라면서 걱정 많이 해주셨어요. 저도 그때 ‘연기 학원이라도 다니고 싶어요’라고 했죠.”
그렇다. 故 김영애는 어쩌면 훨씬 더 우리 곁을 빨리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연기를 향한 열정을 하늘도 감동했는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 우리들 곁에 머물게 했다. 그래서 최강희는 그 시간들을 조심스럽게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고인의 아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고.
“당시 장례식장에 갔을 때 아드님께서 슬프실 텐데도 정말 ‘어머님 좋은데 가셨어요’라며 활짝 웃으셨죠. ‘웃으면서 가셨어요’라고요.”
사실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 보는게 실례가 될 수도 있고, 혹시나 슬픈 기억을 들춰내는 것 같아 굉장히 미안했다. 최강희는 정작 ‘기쁘게 보내드렸다’는 말을 했지만 되려, 그 말은 고인이 생전 자신을 향해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내줬던 그 마음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대신 전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최강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인을 향한 존경과 사랑,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