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채권 산 골드만삭스, 수익에 눈 멀어 독재정권 지원 비난 쏟아져

2017-05-3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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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퇴진 시위에 맞서 마두로 지지자들이 빨간색 옷을 맞춰 입고 대통령궁 주변에서 맞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의 국영 은행 채권을 샀다가 독재정권을 지원했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시위자들은 이번 골드만삭스의 투자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뉴욕 맨해튼의 골드만삭스 본사를 찾을 예정이다. 
앞서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28억 달러어치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의 채권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만기인 이 채권을 액면가의 31%인 8억6500만 달러 헐값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투자를 두고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재정적 숨통을 틔워준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훌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골드만삭스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에게 서한을 보내 “골드만삭스가 정권 교체를 위해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수십 만 베네수엘라 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폭압을 지원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채권 매입 결정은 명백히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에 눈 감은 것”이라면서 “베네수엘라의 미래 민주정부가 이 채권을 상환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극심한 정정 위기에 처해있다. 두 달째 매일 같이 수만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총선 및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 사망자는 55명을 넘어섰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7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주민들은 식료품과 생필품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인구 1/4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의약품도 모자라 신생아 및 임산부 사망률이 치솟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베네수엘라 경제가 18% 쪼그라들었으며 올해에도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도 끊겼다. 마두로 대통령 취임 이후 4년 동안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줄어들어 베네수엘라의 디폴트는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투자함으로써 베네수엘라 재정에 구명줄을 내려줬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골드만삭스에 채권을 매각한 뒤 외환보유고가 108억 달러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가 수익률에 눈이 멀어 스스로 세운 인권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버드대 국제개발센터의 리카르도 하우스먼 교수는 FT에 "골드만삭스가 기아채권(hunger bond)를 매입해 약 48%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골드만삭스는 일련의 인권 관련 원칙을 세웠지만 스스로의 약속을 어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채권 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베네수엘라 정부와 접촉하지 않고 2차 시장에서 매입했다고 말했다. 또한 베네수엘라 정권이 교체될 경우 채권 가치가 2배 이상 뛸 것을 기대해 베네수엘라 자산에 투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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