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꿈, 문재인이 완성할 세상"…역사와 민심 앞에 느낀 경외감

2017-05-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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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8주기' 추도식 현장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권양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1004 마리 나비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김해) 김혜란 기자 = 추모의 장이자 축제이기도 했다. 23일 8주기를 맞이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을 찾은 지지자들은 노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눈물 짓다가도 노무현 정신을 이은 '제3기 민주정부' 출범을 축하하며 환호했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불리던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 돼 돌아왔고,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을 뜨겁게 맞이했다.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민주당에서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70여명,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함께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 추도식을 위해 마련된 무대 쪽으로 들어서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환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비판해왔던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지원 대표, 안철수 전 대표, 장병완·천정배 의원도 추도식에 집결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황영철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도 봉하마을을 찾았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여야 현직 지도부 중 유일하게 추도식에 불참했고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박 사무총장은 "당 지도부는 나름의 사정이 있고, 오늘 추도식은 추모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인 만큼 당을 대표해 혼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등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무현 뛰어넘어 문재인이 완성할 세상

여권은 '노무현 정신'을 문재인 정부가 기치로 내건 통합과 개혁으로 재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다"며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 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며 노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참여정부 인사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며 '노무현의 부활'을 선포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8년 전 노 전 대통령이 뿌린 씨앗이 수천만 담쟁이, 촛불로 살아나 거대한 벽을 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앞길을 밝혀주는 횃불이 됐다"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노무현 재단 이사장인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기념사에서 "제가 노 전 대통령을 여덟 번째 이 자리에서 추모하게 됐는데 오늘 문 대통령이 참석해서 감회가 더욱 새롭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 문재인 대통령이 완성할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 오늘의 주제"라고 말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운명'이란 제목의 자작시를 통해 "당신이 이겼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이겼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는 "저와 유족들은 오늘 추도식을 맞이하는 이 감격과 회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역사와 민심 앞에 그저 경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與野 "정의로운 세상 구현" 한목소리

야권도 한목소리로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기억된다"며 "분노의 정치가 아닌 통합과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바른정당은 고인이 이루려 했던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기억하며 대한민국에 개혁 보수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당 역시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노 전 대통령이 이루려 했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지역차별이 없는 사회가 아직도 요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이 꿈꾼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추도식을 찾은 서은경씨(43)는 "작년에는 사람들이 울분에 찼었는데 오늘은 축제 분위기가 난다"고 했다. 부산에서 온 김경술씨(68)는 "노 전 대통령이 부산 북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나왔을 때부터 오랜 팬"이라며 "노 전 대통령 상주였던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 돼 다시 와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참석자들은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이날 추모 행사 중엔 전남 함평에서 온 나비 1004마리를 날려보내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 권 여사 등 참석자들이 떠나보낸 나비가 하늘로, 땅으로, 사람들 곁으로 왔다.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이제 마음 편히 쉬고 자유롭게 날아가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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