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택한 이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방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연임에 성공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뒤 TV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추가적인 시장 개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의 불신이 이란의 개방 가속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의 경제 성과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실제로 로하니 대통령은 핵협상을 계기로 이란 경제가 회생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경쟁자였던 보수파 성향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는 핵합의가 실업, 양극화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BBC, NPR 등 외신의 분석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보수 강경파의 정책 방향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정권이 핵 개발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경제 악화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이란은 물가상승률이 40%에 이르는 등 경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대통령에 당선된 로하니 대통령이 2015년 핵 프로그램 제한을 명목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추진하는 '이란 핵 합의'를 이끌어내고 외국인 투자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 소식에 현지 기업들도 기대감을 나타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방에 집중하는 로하니 대통령의 집권이 4년 연장되면서 외국인 투자 확대 등 현지 기업들의 기대감도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추가 제재 완화·실업률 해소 등 과제 수두룩···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변수
BBC 등 외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만큼 로하니 대통령의 개방 정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이란에 적대적인 상황인 만큼 핵합의 이행 여부와 국제제재 해제 여부 등은 불확실하다.
로하니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아직 남아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모두 해제하겠다고 주장해왔다.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는 2차 제재가 풀렸지만 테러 지원, 탄도미사일 개발, 인권 탄압 등에 따른 제재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 정부와 대화를 성사시켜야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대규모 무기계약 거래를 체결하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인터넷 통제 완화와 남녀평등,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의 공약도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이란 내에서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일부 나온다. 30%에 달하는 청년층 실업률과 빈부 격차 해소 등도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