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첫 대만 여성총통, 8년 만의 정권 교체 등 타이틀을 얻으며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차이 총통은 중국 의존도 심화, 경제 성장세 급락 등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실정을 공격하며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안(兩岸·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 경색에 따른 대만의 외교적 입지 약화, 경제불안, 내부분열 격화 등으로 취임 1년 만에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최근 대만 TVBS가 차이 총통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28%에 불과했다. 취임 한 달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7%를 기록했으나 1년 만에 20%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이는 역대 대만 총통 취임 1년 기준으로 최저치였다. 전직 총통이었던 리덩후이(37%), 천수이볜(41%), 마잉주(38%) 등과 비교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친(親) 중국 행보를 보였던 마잉주 전 총통과 달리 차이 정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대만 독립 외교 노선을 걸으면서 지난 1년간 양안관계는 수렁에 빠졌다.
양안관계 악화로 국제무대에서 대만 외교는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차이 총통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하며 ‘하나의 중국’의 원칙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중국의 대만에 대한 외교 압박은 절정에 달했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 서부의 소국인 상투메프린시페가 일방적으로 대만과 단교하고 닷새 만에 중국과 수교를 맺은 게 대표적이다. 이로써 전 세계적으로 대만과 수교를 맺은 나라는 21개국으로 줄었다. 최근엔 피지 주 대만대표처가 대만에서 돌연 철수하기도 했다.
양안관계 악화는 고스란히 대만 경제에까지 타격을 입혔다. 대만 중국시보는 올 들어 대만 민간투자증가율은 전년(3.12%)보다 뚝 떨어진 1.85%에 그쳐 5년 만에 최저치에 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5%보다 소폭 증가한 1.9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 총통이 대만 수출의 40%에 달하고 있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내놓은 전략은 '신남향 정책'이다. 이는 대만 전체 수출에서 22%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아세안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8개국과 비즈니스와 관광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한다는 게 골자다. 신남향 정책이 나름대로 효과를 보이면서 양안관계 경색 속에서도 올 들어 4월까지 대만의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6% 성장했으며, 이 중 동남아 지역으로의 수출이 17% 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이 신 실크로드 전략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협력을 내세워 동남아 각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면서 차이 총통의 신남향 정책이 순항할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 밖에 대만 내부적으로도 차이 총통이 국민당 재산 청산, 노동법 개정 등을 강경하게 밀어붙이면서 내부 분열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차이 총통의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는 연일 쏟아지고 있다. 대만 왕보는 17일자 사설에서 "전 세계 경제무역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며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일대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순항하는 가운데 대만만 배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장기적으로 국제 경제무역에서 고립될 수 있다"며 "이는 대만 수출·투자·고용 등 경제 전반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