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시위요? 홍콩은 원래 시위가 많아요. 민주적이기 때문이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자치권이 보장되죠. 그래도 어디 사람이냐 물으면 '홍콩'이라고 답합니다."
"홍콩에는 사드 반감이 없고 중국과 달리 이로 인한 제재도 없습니다."
홍콩 관계자들은 담담하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을 내놨다. 홍콩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동시에 주권반환과 일국양제를 긍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은 일국양제를 기반으로 여전히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홍콩'이라고 강조했다.
독립 주권국으로 인정받길 원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더욱 강압적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자 경제·정치·외교·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근에는 중국 관영언론이 아시아 탁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대만 대표팀을 '중화 타이베이'가 아닌 '중국 타이베이'로 표기해 대만인의 분노를 샀다.
홍콩과 대만의 상황을 두고 어쩐지 동변상련의 감정이 생기는 건 왜일까. 갈등과 문제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만 눈치만 보며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최근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분노한 중국은 한류·관광 분야의 문을 닫으며 경제 옥죄기로 한국을 압박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시점에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대국의 치열한 힘겨루기도 한반도에서 한창이다. 미국은 '군사대응'을 잇따라 강조하며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몰고, 중국은 미국과 타협하는 동시에 38선을 넘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 속에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한국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굴욕감을 키웠다. 중국은 "한국 국민은 걱정할 필요없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해명했다. 오천년 역사의 한국이 순식간에 중국 동쪽의 일부분이 돼버린 비통한 해프닝(해프닝이길 바란다)이다.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공약이 나오고 후보 모두가 자신이 위기의 한국을 이끌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많은 덕목이 필요하겠지만 대한민국의 주권국가 입지와 위상을 확실히 세워줄 수 있는 대통령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