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장은 지난 12일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진행된 ‘새 정부의 대중국 정책’ 세미나에서 “사드 문제는 새로운 한·중 관계의 리트머스 테스트”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사드 문제는 이미 여론비용이 너무 높아졌다”면서 “해결의 계기를 찾고 관리해야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이 소장은 △외교실무자들의 섬세한 전략, 한·중 관계의 장기적 자산을 만들고자 하는 전략가들의 지혜 △국민의 넓은 동의를 구하는 정치지도자들의 문화 △새로운 대중국 외교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중 간 규범과 제도경쟁의 본격화, 일본 수정주의에 대한 대응, 남중국해 문제 등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있다”면서 “지나친 한·중 갈등은 한국을 미·일 동맹의 하위파트너로 편입시킬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북한의 도발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동북아정세의 불확실성은 중국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이 한국의 안보주권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국제사회의 평판비용이 발생하고 주변국가로부터 중국위협론을 점증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복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완전한 양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중국 정부도 출구를 찾지 못하는 딜레마가 작동하고 있다”면서 “비관세장벽을 활용한 보복도 양국 모두 피해를 보는 무역구조에서는 한계가 있고, 중국이 WTO의 시장경제지위(MES)를 확보해야 하는 등 국제 경제의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응한 ‘중국 때리기’ 역시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한반도 안보환경이 ‘북한 대 국제사회’ 구도에서 ‘한·미·일 대 중·러·북’구도로 전환되는 것은 한국의 외교적 매몰비용을 크게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중국이 보복을 결정한 바 없기 때문에 보복을 풀 수 있는 선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런 점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 협상 재개 등 기존에 막혀있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풀려가는 신호를 확보하는 과정으로 모멘텀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중국이 사드 문제를 양보 불가능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에 대해 대비해야 하는 한편, 사드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론, 대북억지 효용성 등을 고려할 때 한 번에 사드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어렵고 국회의 비준동의절차도 현실적으로 많은 정치적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경우라도 비핵화의 목표에 대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핵동결은 미국이 선뜻 받음으로서 한국이 전략적 지렛대를 잃게 될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사드 문제의 해결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는 과거의 우호적 관계로 그대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구조와 경제협력의 전환이라는 영향을 받으면서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새로운 정상이 나타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대체적으로 미·중 관계와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것은 미·중 관계의 위상이 정립될 경우, 한반도 문제가 보다 종속변수로 기능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앞으로 다른 결과를 원하면서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한·중 관계 속에서 다른 한·중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 외교정책의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정권의 변화에 따라 외교정책의 진폭이 커졌고 전임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매몰비용이 크게 발생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협치와 소통 그리고 토론에 기초해 외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한국의 대중국 외교는 매우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외교영역은 집행기관으로 전락했고 외교와 국방, 외교와 경제부처와의 전략적 소통도 매우 취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정부조직 체계상 중국 전문인력 부재로 대중국 외교업무 효율적 대처에 한계가 있다”면서 구체적 방안으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내 중국전문 선임행정관직 신설 △외교부의 신설 차관보 보강 △중국 전문가 특별채용을 통한 외교부와 중국공관에 배치 △한반도 평화교섭본부 등에 중국 전문인력 보강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