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재인 시대에 다시 태어나는 5.18 정신

2017-05-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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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는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정신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역사의 장대한 흐름에서 보면, 우리의 현대사는 짧다. 더군다나 민주화의 역사는 더 짧다. 인류의 역사가 지구사적 측면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한 것처럼, 이 땅의 민주화 역사는 길지 않다. 그 짧은 시간을 뚫고 시대를 관통하는 것은 4.19혁명과 6.10 항쟁,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이다. 그 바통을 촛불집회가 이어받았다.

그러나 보수정권 9년 동안, 이 땅의 민주화 운동은 진영논리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 상징이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금지였다.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듬해부터 시행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는 보수진영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받아들인 보수정권의 화답이었다. 보수정권은 왜곡된 시간이 오래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역사적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집권층은 언제든지 그 대가를 치른다.

촛불혁명이 대통령을 파면한 뒤 촛불대선으로 뽑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제2호 업무지시를 통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 구성인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첫 업무지시로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장면은 온갖 어려움 끝에 왕위에 오른 조선시대의 정조가 ‘난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밝힌 것을 떠올리게 했다. 정조의 첫 일성은, 잘못된 시대를 바로잡겠다는 개혁의 선언과도 같았다. 물론 역사하계의 평가나 분석은 다를 수 있겠지만.

5.18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적폐청산’의 신호탄이다. 촛불집회 동안 다양한 형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불려질 만큼 촛불집회의 상징으로도 자리 잡았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집회 현장에서 늘 불렸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래를 뛰어넘어 민주화에 대한 신념과 의지, 그리고 연대였다.

우리는, 늘 함께 있었지만, 잃어버린 후 그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18일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문 대통령도 꼭 참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가장 앞선 자리에 서서 목소리 높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문재인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팡파르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18일 광주 충장로를 찾아 “한 달 뒤 5.18 기념식에 제19대 대통령 자격으로 참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재인 시대는 문 대통령과 정부, 집권층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민과 더불어 만드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 시대를 관통할 소통과 화합, 연대의 상징이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날 5.18 기념식에는 여야 정치인도 대거 참석할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기념식 참석자가 만 명에 달해 지난해의 3배 이상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로텐더 홀에서 치러진 대통령 취임 선서가 급박한 상황에서 치러진 약식 취임식이었다면 이번 5.18 기념식은 새로운 의미로서의 대통령 공식 취임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날 제창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야말로 문재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공약했다.

현행 헌법 전문에 들어있는 역사적 사건은 3.1운동과 4.19혁명이다. 이제 그 전문에 5.18 정신이 추가된다면 민주화야 말로 우리 시대를 지속적으로 관통하는 시대정신으로 각인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개헌을 공약한 바 있어, 개헌 과정에서 이 공약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보수진영에 대해서도 설득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업무 지시를 설명하면서 “기념일로 지정된 5.18과 그 정신이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시대는 5.18정신이 다시 태어나 모든 분야에서 적폐가 청산되고 민주화가 올곧게 뿌리내리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첩경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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