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4월 은행·비은행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2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조4000억원 감소하며 84%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대통령선거 이후 분양물량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금융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통상 대선과 같은 빅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흥행을 위해 선거 후 분양이 집중된다. 분양물량 확대는 집단대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가계대출로 연결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양물량이 늘어나면 이에 맞춰 집단대출이 늘어난다"며 "이는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집단대출은 신규 분양 단지 계약자들이 은행을 통해 공동으로 받는 대출이다. 보통 분양가의 10% 정도인 계약금으로 아파트 계약을 맺은 후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여러 차례 나눠 낸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4년은 올해와 분양물량이 비슷했던 시기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 승인분이 비슷한 수준으로 집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차원에서 보면 신규승인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장상황에 맞게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맞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집단대출 거절로 인해 분양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극히 예외적이라고 주장했다.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이나 사업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경우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중도금 대출 승인 축소로 시장이 경색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세는 줄었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 증가액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37.5%를 기록한 이후 2월 14.3%, 3월 38.5%, 4월 42.4%로 증가 추세다. 이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월 2조1000억원, 3월 2조6000억원, 4월 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집단대출 역시 3000억원, 1조원, 1조4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업계는 이 같은 은행 주택대출 증가세를 집단대출이 견인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감원의 은행권 중도금 대출 신규승인 동향에 따르면 1월 2조5000억원, 2월 2조4000억원, 3월 4조7000억원, 4월 3조3000억원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비슷했던 2014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1~4월 중도금 대출 신규승인 규모는 2014년 11조3000억원, 올해 12조9000억원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부동산시장이 워낙 활성화돼서 건물을 올리기도 전에 중도금을 대출해 주는 은행이 많았고 금융권에서도 서로 빌려주겠다고 줄을 섰다"며 "너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때에 비해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도금 대출 승인을 위한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금리는 달라질 수 있다. 강남·용인 등 일부 아파트는 1금융권에서 2%대로 중도금 대출을 받은 반면, 사업성이 좋지 않은 지방은 2금융권에서 4%대 후반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올해 중도금 대출 신규 승인 금리는 3.9%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평균 중도금 대출 신규승인 금리는 1월 3.90%, 월 3.09%, 3월 3.91%, 4월 3.87%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는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당연하다"면서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이므로 1년 전과 금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승인된 중도금 대출이 집행되는 데 따른 자연증가분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제외한 신규승인만 놓고 봤을 땐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