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는 15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기록하는 완벽한 경기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올 시즌 첫 승을 수확한 김시우는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9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했다. 2011년 최경주(47)가 이 대회 우승을 거둔 이후 한국 및 아시아 선수로 두 번째 우승이다.
이번 대회는 총 상금 1050만 달러(약 118억원)가 걸려 있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린다. 김시우는 세계 톱 랭커들이 모두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상금 189만 달러(약 21억4000만원)를 벌었다. 시즌 상금도 234만6599달러(약 26억5000만원)로 늘렸다.
김시우는 만 21세 10개월 28일 만에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김시우는 “제5의 메이저대회인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게 아직 꿈만 같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전날 공동 선두에 2타 뒤진 단독 4위로 마감한 김시우는 최종라운드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날 공동 선두로 출발한 J.B. 홈즈와 카일 스탠리(이상 미국)가 나란히 1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타수를 잃은 사이 김시우는 1번홀부터 버디를 낚아 곧바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후 안정된 경기로 파 행진을 벌인 김시우는 7번홀(파4)에서 약 7.5m 중거리 버디 퍼트를 넣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전반 마지막 9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들어가는 위기를 맞았지만, 절묘한 어프로치샷으로 홀컵 가까이 붙여 버디를 낚았다.
전반에 3타를 줄이며 2위권과 격차를 벌인 김시우는 후반에 버디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무결점 경기로 모두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결국 김시우는 추격에 나선 이안 폴터(잉글랜드)와 루이스 우스투이젠(남아공)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특히 김시우는 연못 속의 섬으로 불리는 ‘아일랜드 그린’으로 악명 높은 17번홀(파3)에서 정확한 티샷을 앞세워 파를 기록했다. 전날에도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가장 난이도가 높은 18번홀(파4)에서도 안정적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김시우는 올 시즌 초반 부진을 겪으며 기대에 못 미쳤다. 시즌 첫 대회인 CIMB 클래식에서 공동 10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3차례 기권을 하는 등 컷 통과를 못한 경기만 절반이 넘었다.
하지만 김시우는 메이저급 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비롯해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3위 제이슨 데이(호주)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다시 우승을 차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부활을 예고했다.
김시우는 이 대회 우승으로 5년간 투어 시드권을 확보했고,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등 메이저대회 4개 가운데 3개 대회를 3년간 출전할 기회도 얻었다. 또 올해 PGA 챔피언십 출전권도 받아 메이저 우승 도전도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