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미가 국장직 유임 부탁하고 나는 수사대상 아니라고 확인"
코미 측 "만찬 불려가…트럼프가 충성맹세 요구했다 거절당해" 진실공방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커넥션 의혹수사를 지휘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 해임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 측이 12일(현지시간) 정면으로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뒤인 1월 27일 열린 백악관 만찬 등에서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를 담은 녹음테이프들("tapes")이 있으며 여기에는 코미 전 국장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겨있음을 시사하자 코미 전 국장 측은 있으면 공개하라고 맞서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코미 전 국장과의 1차례의 만찬과 2차례의 전화통화를 했으며 당시 코미가 FBI 국장직을 유임시켜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은 '러시아 커넥션' 수사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는 민감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커넥션 수사에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상황에 따라 '러시아 스캔들'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찬 회동의 성사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코미 전 국장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불려갔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코미 전 국장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만찬에서 코미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FBI의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누를 목적으로 개입하려 했지만 뜻대로 안 되자 수사를 확대하려는 코미 전 국장을 지난 9일 전격으로 해임했다는 게 코미 전 국장 측의 논리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제임스 코미는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시작하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tapes")들이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두 사람의 직접면담과 전화통화 발언의 녹취를 공개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들리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미 전 국장이 자신과 지난 1월 백악관 만찬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대상이 아니며 FBI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지만, 코미 측 인사들이 '거짓'이라고 반박하자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문제에 밝은 한 소식통은 "테이프가 있더라도 코미 전 국장이 걱정할 것은 전혀 없다"고 CNN에 밝혔다.
NBC방송도 "코미 전 국장은 테이프들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 방송에 "그렇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973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 방문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가 들통난 뒤 동의 없이 백악관의 대화를 녹음하던 관행은 사라졌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대화 녹음테이프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작게 봤다.
하지만 오디오나 비디오테이프가 아닌 다른 형태의 대화록이 있을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은 문제의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으로 부인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대통령은 미국과 법의 원칙에 대해서만 충성을 원한다"고 했지만, 만찬 대화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정가에선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의 해임과 러시아 스캔들로 타격을 받아 탄핵 국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코미 전 국장이 다음 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비공개 증언을 통해 자신의 해임과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에 대해 모든 내막을 밝힐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상원은 코미 전 국장에 비공개 증언을 일찌감치 요청해놓았지만 그는 아직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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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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