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카드업계의 라이벌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가 새 카드를 놓고 카피캣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상품 출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베끼기 논란이 벌어졌는데, 양측 모두 '원조'를 주장하며 자존심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여러 장의 카드를 한 장에 담아 자유롭게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신상품 '카멜레온'카드를 출시했다. 카멜레온 카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개인 SNS를 통해 적극 홍보하는 야심작이다. 가맹점에서 가장 혜택이 큰 카드를 현대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시간으로 선택, 결제하는 구조다.
양측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입장이 바뀌어 현대카드가 KB국민카드를 카피캣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현대카드는 KB국민카드의 '알파원 카드'가 2006년 출시된 자사의 VIP카드인 '퍼플카드'와 유사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현대카드는 퍼플카드를 출시하면서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색'이라고 홍보하며 카드에 보라색 단일 색상만을 적용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전면에 고객 이름만 새기고 카드번호를 뒷면으로 옮겨 깔끔함을 강조한 것도 현대카드가 처음이었다. 알파원 카드 역시 보라색을 메인 색상으로 사용했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뒷면으로 옮기는 등 심플함을 강조했다.
카드업계의 카피캣 논쟁은 해마다 끊이지 않는 단골 이슈다. 앞서 2012년에는 현대카드가 삼성카드의 숫자(삼성카드 4)카드가 자사의 숫자카드(현대카드 제로)를 모방했다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우리카드의 'V카드'와 '가나다카드' 등도 현대카드 측은 자사가 원조라며 상품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365일간의 프로젝트 기간, 21만 시간 인력 투입, 인사이트 트립 9만 마일, 경영진 회의 160번 등 치열한 1년의 기록까지 보내 드리겠습니다"라며 우리카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표절에 대한 경계가 불문명하다보니 이런 논쟁이 비일비재(非一非再) 하지만 결과 없이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무분별한 베끼기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식의 여론 몰이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