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제작 ㈜영화사 다·배급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역시 마찬가지다.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재력가 남도진(김주혁 분)과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고수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속에서 고수는 예측불가 캐릭터를 맡게 됐다. 서스펜스·스릴러를 끌고 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그는 이번 작품에서 고수는 끊임없이 변주했다.
- 원작 소설은 안 읽어봤다. 설정 등 여러 가지가 많이 각색된 것으로 알고 있고 감독님께서도 굳이 보지 말라고 했다. 텍스트로 읽는 것과 영화적인 언어로 보는 건 분명히 다를 거다.
- 저는 정말 재밌었다.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보긴 힘들지만 서스펜스의 매력이 잘 산 것 같다. 영화 초반 소위 말하는 ‘떡밥’을 수거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서스펜스 특성상 정보들을 통해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재밌기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불친절하게 느꼈다. 관객에게 던지는 이야기들도 있고. 보기 전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보고 나서는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와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 제목과 줄거리는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준비 과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시나리오 좀 보고 싶다’고 제가 먼저 요청했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어서 꼭 연기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라. 어렵게 기회가 닿았는데 (연기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하하하.
이번 캐릭터는 어땠나? 비밀스러운 인물인 데다가 복잡한 계획을 실행해야 했는데
- 승만이라는 캐릭터는 복잡해 보이지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으나 마음이 워낙 복잡한 인물이라 저도 따라 힘든 구석이 있었다.
이번 작품은 변화의 폭이 컸는데
- 내적·외적 변화가 조금 있다. 인상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큰 변화보다는 작고 섬세한 변화가 보이길 바랐다. 얼굴을 바꾸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인상이 다른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극 중 송마담에게 정체가 발각되는 신은 실제로도 가슴이 철렁하더라. 발가벗은 기분까지 들었다.
극 중 승만은 하연의 ‘진실’에 관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하연의 편지를 어떻게 생각했나?
- 모르겠다. 연기할 때 그 편지 내용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었다. 하연이 정말 날 이용한 걸까? 진짜 사랑한 걸까? 갈등했다. 감독님과 하연을 연기한 (임)화영에게도 물어봤는데 다들 선뜻 이야기를 못 하더라. 지금 돌이켜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다. 승만 역이 모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니까 그런 감정을 유지하려면 모르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그간 다양한 장르, 캐릭터를 선보여 왔다. 도전적인 행보였는데
- 영화가 어떻게 보여질지, 장르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단순해서 그런 것 같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평소 저는 극 안에서 변화를 겪는 인물을 좋아한다. 그것에 먼저 관심이 가는데 이제는 한톤으로 쭉 가는 캐릭터도 눈에 들어오더라. ‘덕혜옹주’ 이우 왕자도 그랬었고, ‘남한산성’도 마찬가지다. 많은 작품, 많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악역은 어떤가?
- 선과 악 역시 한 사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선과 악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도 다각적인 면모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제대로 된 악역도 한번 해보고 싶다. 기본적으로 악한 캐릭터 말고 개연성이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표현하기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 명확한 부분이 없었다. 촬영도, 연기도. 어떤 것 하나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무엇이 진실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연기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혼란스럽고 고민이 되더라.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할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를 만들 때도 그랬다. 이것저것 다양한 연기를 했고 목소리 톤, 눈빛, 몸짓 하나까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만들어졌다.
고수의 멜로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은데. 이번 작품에서 맛보기로 살짝 보여준 것 같다
- 그런가? 하하하. 현장에서는 조금 어려웠다. 예전에는 멜로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느껴질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 봤을 때와 지금은 또 다를 것 같다. 저는 시나리오는 다 열어두고 보는 편이다. 재밌게 본 뒤, 표현에 관해서는 차후에 생각하려고 한다. 멜로, 휴먼, 드라마, 로드무비 등 장르 불문 모두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 영화 ‘남한산성’ 촬영을 마쳤는데
- ‘남한산성’에서 대장장이 날쇠 역을 맡았다. 상헌(김윤석 분)의 부탁을 받고 격서를 전하는 민심을 반영하는 인물이다. ‘남한산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