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대해부-2]경제민주화 성패 가를 재벌개혁···기업활동 위축 부작용 우려

2017-05-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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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이야 말로 新성장동력”

경제민주화 최우선 순위 시행

재계, 정부 개혁 큰 틀에 공감

시행착오 땐 기업활동 막을 수도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실현해야 할 목표이며, 핵심은 재벌개혁이다.

문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반부패·재벌개혁’ 공약이 3순위일 정도로 새 정부의 경제 민주화 의지는 상당하다.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공약의 성패가 재벌개혁을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재벌개혁은 재벌의 기업 활동을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며, 총수 일가의 사익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며 “재벌개혁이야말로 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경제정의와 함께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한 바 있다.

11일 재계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은 △공정거래위원회 기능 대폭 강화 △상법 개정(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금산 분리 강화 △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 강화 △총수 일가의 불법 경영승계 근절 △법인세율 인상(현행 22%→25%)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부터 법률 개정을 추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집권 초기부터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되도록 빨리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비롯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및 공약이 시행됐을 때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공정 사회 구현이라는 문 대통령 공약의 큰 틀은 경제계도 공감한다"면서도 "세부 내용은 기업 고유의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소지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국가 정책 전반이 시행착오를 겪는다"며 "문 대통령은 한국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해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에 대한 ‘재벌=죄벌’식 시각 바꿔야
문 대통령이 재벌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은 재벌이 정경유착·부정부패의 온상이며, 재벌의 갑질 횡포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고착화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순환 출자 단계적 해소,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전자·서면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일감 몰아주기 근절, 재벌 계열 금융사 의결권 제한, 경제범죄 사면권 제한 등을 통해 재벌 총수의 부의 독식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대 그룹 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평등은 시정되어야 하는 게 옳지만, 이러한 현상이 대기업만의 잘못이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재벌=죄벌’이라는 인식을 밑바탕에 깐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옳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로서는 사실상의 징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들에 대한 증세 압박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K스포츠·미르재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기업들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대기업이 2015년 한 해에만 납부한 준조세는 총 16조4000억원으로, 법인세의 36%에 해당한다.

대신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전기요금을 비롯해 기업들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여기는 공공요금을 인상해 세수로 거둬들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재벌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700조원대의 사내유보금을 풀어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내리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부분의 부담을 기업에만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사회 전체적인 틀에서 접근해 부담을 함께 나누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계는 경영관행의 선진화를 위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정부의 주도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진국처럼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역할을 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업 정서’ 개선, 정부가 나서야
재계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들이 가뜩이나 골이 깊은 기업 불신 풍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에델만코리아가 200명의 여론 주도층을 포함한 1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지난 2월 발표한 ‘2017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자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2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28개국 평균 52%보다 약 20%포인트 낮은 수치다.
또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4%로 기업에 대한 신뢰도보다 더 낮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가장 두터운 불신의 벽에 갇혀 있으며 그 중심에는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믿음의 신(信)성장동력만 잘 쌓아도 4% 성장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새 정부가 기업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새 정부는 10년에서 30년을 내다본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경제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돼야 미래 예측가능성도 높아져 기업들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차기 정부는 일관적으로 정책을 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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